미국, 대중국 견제 속도… 중국은 '자원무기화' 카드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 제조기술, 수출 금지항목에 포함
테슬라, 전기차 모터에 희토류 대신 페라이트 사용 가능성
삼화전기·유니온머티리얼·씨큐브·EG 등 종목 투자자 관심↑

우리나라 안보·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그 두나라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가열하면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공급망 재편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와 보호무역주의, 자원 무기화는 우리 경제와 수출의 등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유통 등 모든 산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와이어는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실상과 향후 전망 , 대책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중국정부는 ‘중국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기술을 수출 금지항목에 포함시켰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정부는 ‘중국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기술을 수출 금지항목에 포함시켰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경쟁과 갈등이 바이든 정부 들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능력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산 전기배터리를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서 첨단 반도체의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한 반도체법 등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자 중국은 ‘자원무기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희토류 대안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주목할 만한 관련 종목을 살펴봤다.

◆무역협회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

한국무역협회는 “이번 목록 개정안은 지난 2020년 개정 이후 2년 만에 발표된 것으로, 심화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무역협회는 “이번 목록 개정안은 지난 2020년 개정 이후 2년 만에 발표된 것으로, 심화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중국 수출 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의 희토류 기술 규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중국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을 발표한 중국정부는 이번 목록 개정안에 네오디뮴철붕소(NdFeB), 사마륨코발트(SmCo), 세륨자석 제조기술 등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기술을 수출 금지항목에 포함시켰다.

협회는 “이번 목록 개정안은 지난 2020년 개정 이후 2년 만에 발표된 것으로, 심화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희토류는 지각 내에 총 함유량이 300ppm 미만인 희귀 금속으로,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특히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강한 자력으로 제품의 소형화, 경량화, 고효율화 등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희토류의 채굴부터 부품 제조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체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원광 생산의 약 60%, 영구자석 생산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박가현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위원은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자국내 법 개정과 제도 정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중국이 영구자석의 공급을 통제할 경우 각국의 주요 산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희토류 공급망 구도 변화… 국내기업 수혜 지켜봐야

지난달 말 테슬라가 전기차 모터에 희토류 대신 페라이트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라이트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지난달 말 테슬라가 전기차 모터에 희토류 대신 페라이트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라이트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지난해 말 중국이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을 개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이른바 ‘희토류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희토류 대안 소재로 거론되는 페라이트 관련 종목이 주목받는다. 지난 4월 말 미국 광물 전문 매체 마이닝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차세대 전기차에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테슬라가 전기차 모터에 희토류 대신 페라이트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2일과 3일 페라이트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페라이트를 이용한 전기 모터 부품인 페라이트코어 제조업체 삼화전기는 이 기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희토류 중단 결정이 한국의 페라이트 종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삼화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유니온머티리얼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일 이 회사 주가는 전장 대비 21.50% 올랐고, 3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니온머티리얼은 자동차용·가전용 모터 소재로 쓰이는 페라이트 마그네트를 제조하는 업체다.

페라이트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진주광택안료 생산업체 씨큐브도 이틀 연속 상한가를 보이며 주가가 크게 뛰었다. 

페라이트코어의 주원료인 자성재료용 산화철 등을 공급하는 EG의 주가는 지난해 말 ‘중국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 소식이 전해진 후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8000원 수준이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월11일 종가기준 9250원으로 9000원을 넘겼다. 이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17일 오후 2시30분 현재 전날 대비 6.38% 오른 2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업계도 희토류 가격 변동 등 관련 소식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신한투자증권은 리포트에서 “희토류 가격은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해 가격지수가 430.97p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월부터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이어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구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 수혜를 입을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으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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