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에는 유서·학폭 피해 내용 적혀
경찰, 학교 관계자 상대로 조사 착수

지난 11일 숨진 A군이 남긴 유서.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숨진 A군이 남긴 유서.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A(18)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15분쯤 천안시 동남구 자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40분 뒤 숨졌다.

숨진 A군의 방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내용이 담긴 수첩과 유서가 발견됐다. A군은 수첩에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라고 적었다.

또 “(학교폭력 가해자 처분) 1∼3호는 생활기록부에 기재조차 안 된단다”라며 “안타깝지만 나는 일을 크게 만들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가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라고 토로했다.

A군은 학교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부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수첩에는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학폭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신고하지 못하게 겁을 준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A군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부터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학폭을 토로해 지난 4일 담임교사에게 전화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며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폭이 없었다“고만 하며 아이 상담도 제대로 하지 않고 1주일간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세상을 구경하지도 못한 아들이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고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한편 A군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3년간 A군의 담임을 맡은 교사 3명과 학생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A군의 휴대폰과 노트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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