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대표 취임 후 매년 최대실적 갈아치워
매출 성장 위해선 FDA 승인 통한 미국 진출 필요
국내시장 포화상태, 이달중 신약허가신청서 제출

허은철 GC녹십자 사장. 사진=GC녹십자 제공
허은철 GC녹십자 사장. 사진=GC녹십자 제공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으로 경영권 굳히기에 마침표를 찍을 계획이다. 허 사장은 2015년 GC녹십자그룹 핵심 계열사인 GC녹십자의 대표직을 맡은 후 꾸준히 회사를 키워왔으나 ‘FDA 승인 불발’이라는 꼬리표를 수년째 떼지 못하고 있다. 

◆회사 매출, 8년 만에 60%가량 늘려

고 허영섭 녹십자그룹 선대회장의 차남인 허 사장은 취임 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조7113억원을 달성했다. 취임 첫 해인 2015년 매출은 1조478억원이었다.

회사 매출을 8년 만에 60%가량 늘려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대표직을 맡은 후부터 추진한 FDA 승인이 번번이 불발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허 사장은 2015년 말 FDA에 면역글로불린 함유량이 낮은 ‘IVIG-SN 5%’ 제품 허가를 신청하면서 미국 혈액분획제제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관문을 눈앞에 둔 북미시장 진입을 위해 녹십자 임직원 모두 총력을 집결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과 이듬해 9월 두 차례 FDA로부터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 지적을 받았고, 결국 허가신청을 포기했다. 

허 사장은 전략을 수정해 시장 규모가 더 큰 ‘IVIG-SN 10%’ 제품으로 2021년 2월 FDA 문을 다시 두드렸다. GC녹십자가 국내 혈액제제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매출을 늘리려면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 지연으로 매출 타격 가능성

업계에선 미국 진출이 허 사장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적을 바탕으로 경영권을 굳혔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FDA 승인으로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승인이 불발되면 자칫 매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현재 GC녹십자그룹은 녹십자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허영섭 선대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GC녹십자홀딩스를 이끈다. 숙부와 조카가 GC녹십자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구조다.

허 회장이 허 사장에게 핵심 사업을 맡기며 사촌 간 분쟁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최근 허 회장의 두 아들이 GC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늘리고 있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 회장의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전략기획부문 성장전략실장의 지분과 막내아들 허진훈씨의 지분이 각각 0.52%에서 0.75%, 0.47%에서 0.70%로 늘었다. 업계는 지분 대결을 벌인다면 허은철·허용준 형제가 유리하다고 본다.

허 사장 체제가 순항하는 점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다만 FDA 허가 지연으로 매출 감소 등이 나타나면 허 사장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번 FDA 승인과 관련해 업계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FDA는 지난 4월 GC녹십자 오창공장 실사를 진행했다. 허 사장은 이달 중 FDA에 신약허가신청서(BLA)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혈액제제시장은 녹십자가 모두 차지한 상황으로, 국내 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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