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재정환율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엔저현상은 BOJ 나홀로 금융완화정책 영향

[서울와이어 최찬우 기자] 최근 2개월 사이 일본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더니, 급기야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본여행을 떠나거나 환차익 등을 기대하는 엔화 수요도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 4월 말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1000원대였던 원/엔 재정환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으며 이달 19일 오전 8시23분 기준 897.49원(하나은행 고시)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엔저현상은 전 세계 주요국들의 통화 긴축 속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나홀로 금융완화 정책에 나서면서 원/엔 재정환율이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관측된다.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도 0%대로 유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2% 물가 목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달성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며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엔저가 지속되자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16일 현재 8320억엔(약 7조5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6979억엔(약 6조3022억원) 대비 1341억엔 늘어난 수치로 올해 들어 월별 최대치다.
국내 투자자들은 값이 상대적으로 싸진 일본 자산 투자에 나섰다. 자본 총계 기준 상위 8개 증권사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 및 일본 주식 평가금액 전체 규모는 지난 15일 기준(메리츠증권은 16일 기준) 4조956억원으로 집계됐다.
엔화 환전액도 늘었다. 국내 4대 은행의 5월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약 2727억원)으로 4월 228억3900만엔(약 2062억원)보다 73억엔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5월 62억8500만엔(약 567억원)의 4.8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엔저 현상에 여름휴가를 일본으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의 엔화 수요가 증가했고, 환차익을 기대하면서 단순히 환전해 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