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5영업일 동안 1조6281억원 증가, 월말에 집중
대출 막히기 전 대출 차주↑…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 사진 = 픽사베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대상 연령 제한과 한도가 낮춰지면서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주요 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대상 연령을 제한하고 한도도 낮추기로 결정하자 일주일간 주택담보대출이 1조6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5영업일 동안 513조3716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1조6281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분 2조1122억원의 대부분이 월말에 몰린 것이다.

일부 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판매를 종료하거나 연령과 한도를 제한하기로 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대출이 막히기 전에 최대한 돈을 빌린 차주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 5월 1년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은 ▲5월 1432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 ▲8월 1조5912억원 등으로, 매월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위는 지난달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올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5조4000억원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았다.

초장기 대출 상품이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봉의 40%(비은행권 50%)를 넘지 않아야 하는 차주별 총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7월5일에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8월 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25~31일 5영업일에만 5082억원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 신청분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가입 대상 차주를 만 34세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50년 주택담보대출의 DSR 산정 시 만기를 40년으로 바꾸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4일부터 7일까지는 카카오뱅크, 11~14일은 케이뱅크를 점검한다. 

금융당국은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가계빚 증가세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 이에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9월에도 올리기로 했다. 오는 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금리는 연 4.65%(10년)∼4.95%(50년)로 0.25%포인트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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