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60원 돌파...코스피 2%, 코스닥 4% 폭락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서영백 기자] 미국 국채금리 폭등 충격으로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검은 수요일’이 연출됐다.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고, 코스피지수는 2%, 코스닥지수도 5% 넘게 폭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위험자산의 투심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오름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공포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38포인트(2.41%) 내린 2405.69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9.29포인트(1.19%) 내린 2435.78에 개장한 뒤 낙폭을 키워 장 막판 2402.84까지 밀렸지만 2400선을 간신히 방어했다.

투자주체별로 외국인이 4045억원어치를 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기관 역시 4673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개인은 나홀로 833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별로 삼성전자가 1.32% 하락한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SDI(-5.37%), POSCO홀딩스(-4.49%), LG에너지솔루션(-4.30%) 등도 낙폭을 키웠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1.47%)와 SK하이닉스(0.61%), 기아(0.61%) 등은 소폭 올랐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4.63%), 철강금속(-4.09%), 서비스업(-3.82%), 화학(-3.42%) 등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3.62포인트(4.00%) 급락한 807.40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 국채금리 고공행진 소식에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가 모두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이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증시에서 닛케잇225지수는 전 영업일 대비 711.06포인트(2.28%) 내린 3만526.88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5월 17일 기록한 종가 3만93.59 이후 약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 40분 현재 1.20% 내림세고, 호주 S&P/ASX 200 지수(-0.77%)와 대만 자취안지수(-1.10%)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본토 증시는 국경절 연휴로 오는 6일까지 휴장이다. 중국 본토 증시는 국경절 연휴로 오는 6일까지 휴장이다.

아시아 증시가 혼돈에 빠진 것은 미국 국채금리 폭등 충격 탓이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일(현지시간) 4.8%를 돌파했다. 이는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미 장기 국채금리가 조만간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에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예상 밖 사태까지 겹쳤다. 미국 하원은 이날 전체 회의를 열고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미국 권력 순위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의 강경 매파 기조에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아시아 통화 역시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6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22일(1362.9원) 이후 처음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1400원 재진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0엔을 돌파한 직후 147.30엔까지 급등했다. 이날 엔화 가치는 장중 한 때 150.165엔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 이래 최저점을 돌파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장기채 금리가 수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최고인 1360원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증시 외국인 수급에 부담이 될 가능성 커 보인다. 당분간 국내외 장기채 금리 동향에 주목하며 시장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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