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급 데이터 3차례 요청에도 미제출

현지시간 12일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 문 중 일부.(사진=미국 국제무역법원)
현지시간 12일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 문 중 일부.(사진=미국 국제무역법원)

[서울와이어 황대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현대제철이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상계관세 취하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국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이번 소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본지 보도: [단독] 정부, 美 상무부 상대로 상계관세 승소 ‘자화자찬’…판결문은 달랐다)

이번 사건은 2022년 4월, 미국 상무부가 현대제철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상계관세는 정부가 수출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해 국제 시장에서 불공정한 가격 경쟁을 초래할 경우, 수입국 정부가 부과하는 추가 관세를 의미한다. 상무부는 한국 정부에게 세 차례에 걸쳐 전력 공급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 특히 2021년 한국전력공사의(KEPCO) 비용 데이터를 제출하지 못해 현대제철에 상계관세가 부과된 것이다.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제공하지 않은 2021년 데이터를 대신해 '다른 가용 사실'을 근거로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나,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한국 정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상무부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며 결정을 환송했다. 법원은 상무부가 철강 산업과 다른 산업들의 전력 소비 불균형을 비교하며 결정을 내렸지만,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국 정부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즉 한국 정부가 요구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무부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데이터 제출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다른 가용 사실'을 적용한 것에 대해 재량권을 적절히 행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는 명백하다. 한국 정부의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미비가 현대제철의 상계관세 부과 원인이 됐고, 소송까지 이어진 영향을 미쳤다. 세 차례의 자료 제출 요청을 받고도 한국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현대제철은 불필요한 상계관세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한국 정부는 상계관세 부과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의 상계관세 부과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2021년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부족은 명백히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 정부는 중요한 자료 제출과 사전 대응에 소홀히 했고, 그로 인해 현대제철과 한국 정부는 법적 절차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같은 정부의 미비한 대응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더욱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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