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美상무부의 3차례 자료 요청에도 미제출
자료 제출 가능 날짜 요청조차 제대로 답변 안해
이에 상무부, ‘다른 가용 사실’ 적용 현대제철에 상계관세 적용
상계관세 결과 나오자 뒤늦게 “4번째 요청 해달라”…美 거부
법원, 관세 결과 환송 결정…‘다른 가용 사실’ 적용은 적법판결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현대제철과 함께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관세 취하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고 자화자찬 자료를 냈다. 지난 18일 나온 보도참고자료 제목은 '한국 정부, 미국 상무부 전기요금 상계관세 특정성 판정 관련, 美국제무역법원 소송 1차 승소하다'였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번 현대제철에 대한 상계관세 원인은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의 세 차례에 걸친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제철에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나, 법원은 현대제철과 한국 정부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상무부에 대해 관세 부과 근거를 다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상계관세 결과는 환송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정부의 대응 미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사전 대응과 정보 제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부실한 관리가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美상무부, 한국 정부에 세 차례 자료 요청했지만 못 받아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법원(United State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클레어 R. 켈리(Claire R. Kelly) 판사는 현대제철의 요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소송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현대제철 측의 ‘제3자 원고(Plaintiff-Intervenor)’로 참여해 재판을 도왔다.
현대제철은 미국 국제무역법원 규칙 56.2항에 따라, 상무부에 제출한 한국 정부의 ‘기관 기록’에 대한 판결(Motion for Judgment on the Agency Record)을 요청했다.
현대제철이 법원에 제기한 문제점은 ▲상무부가 전력 공급 프로그램을 1930년 관세법 제771항에 따라 ‘사실상 특정적(de facto specific)’이라고 판단한 부분과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게 2021년 한국전력공사(KEPCO) 비용 데이터를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고, 대신 ‘다른 가용 사실(facts otherwise available)’을 근거로 결정을 내려 재량권을 남용(abuse of discretion)했다는 것 두 가지다.
이 사건은 2022년 4월 12일, 상무부가 현대제철의 2021년 대미 수출분에 대한 상계관세를 검토하며 시작됐다. 상무부는 전력 프로그램(Electricity Program)을 포함해 여러 보조금 프로그램을 평가했다.
여기서 상계관세란 정부가 수출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해 국제 시장에서 불공정한 가격 경쟁을 조성할 경우 수입국 정부가 부과하는 추가 관세를 의미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2년 5월 2일, 상무부는 한국 정부에 첫 번째 설문조사를 발송해 전력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 특히 한국전력이 매년 제출하는 2021년 비용 데이터 보고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6월 27일, 한국 정부는 답변에서 “2021년 비용 데이터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2021년이 아닌 2020년의 비용 데이터를 제출했다.
이어 2023년 1월 11일, 상무부는 두 번째 설문조사를 발송하며 다시 한번 한국 정부에 2021년 비용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21년 비용 및 판매 데이터 시트가 반영된 수정된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설명하며 자료 제출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상무부는 2021년 데이터를 세 번째로 요청하며, 자료 제공이 가능한 예상 날짜를 요구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없으며, 데이터가 언제 제공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응답했다.
결국 2023년 3월 3일, 상무부는 예비 결과를 발표하며 현대에 1.10%의 순 상계관세율을 부과했다. 상무부는 2021년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가 전력 프로그램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른 가용 사실’을 기반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3월 14일, 한국 정부는 뒤늦게 상무부에 이메일을 보내 2021년 비용 데이터가 “대체로 완료되었지만 아직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이후 4월 26일, 한국 정부는 상무부에 2021년 데이터를 요청하는 네 번째 설문조사를 발송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무부는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2021년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제공받지 못했음을 설명하며, 네 번째 데이터를 요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3년 9월 7일, 상무부는 최종 결정을 발표했다. 상무부는 ‘다른 가용 사실’에 기초해 현대제철에 1.08%의 순 상계관세율을 부과했다.
◆美 국제무역법원, 상무부 상계관세 결과 환송...“재검토 해야”

상무부의 상계관세가 발표되자, 현대제철은 상무부의 최종 결정이 실질적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며 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즉각 항소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현대제철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상무부가 전력을 적정 보상 이하로 제공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상무부가 정확한 데이터 없이 분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상계관세 결정이 적법하고 실질적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반박하면서 “철강 산업을 한국의 다른 3개 산업과 묶어 봤을 때 과도하게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적’인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제철과 한국 정부 측은 전력 프로그램이 ‘사실상 특정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철강 산업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과도한 보조금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측 주장을 들은 법원은 “상무부의 상계관세 결정을 환송한다”며 “상무부는 한국의 철강 산업을 다른 산업들과 묶어 전력 소비의 불균형성을 비교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분석이 부족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켈리 판사는 현대제철과 한국 정부가 주장한 ‘상무부가 2021년 데이터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가용 사실에 의존해 결과를 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판사는 “상무부는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증거와 함께 결정을 내렸으며,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무부는 한국 정부에 2021년 비용 데이터를 요청하며 총 세 차례 설문조사를 보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데이터를 제출하지 못했고, 데이터 제공 예상 날짜조차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무부는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이해관계자들에게 의견을 제출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데 촉박하다고 판단했다”며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요청된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았다고 여겼으며, 데이터가 불완전한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일관된 관행을 유지했고 이는 정당한 판단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켈리 판사는 상무부가 데이터를 네 번째로 요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있어 재량권을 적절히 행사했으며, 다른 가용 사실을 적용한 것은 타당한 결정으로 평가된다며 “한국전력 2021년 비용 데이터와 관련된 상무부의 결정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결론에서 켈리 판사는 “최종 결과는 현대제철의 이의 제기에 따라 추가적인 설명 또는 재검토를 위해 환송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과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상 관련 문제이고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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