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회장 승진 후 '신상필벌·성과주의' 경영 적용
SNS 중단·책임 경영 통해 호실적 달성...구원투수로 거듭나
정용진 "본업 경쟁력 강화·혁신 지속해 성장 폐달 밟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늘 화제를 낳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트렌디한 언어 구사는 정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유로운 경영 스타일로 관심을 끌던 정 회장이 완전히 달라진 건 지난해 회장 승진 이후다. 취임 1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이마트를 구해내고 스타벅스까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완성시킨 정 회장은 책임 경영을 앞세운 그룹의 '구원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철저한 성과 중심의 '2세 경영'

1968년에 태어난 정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외손자이자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해 1995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0년에는 신세계그룹 부사장을 거쳐 2010년 이마트 총괄 부회장, 2011년 스타벅스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3년부터 부회장직만 유지하다 지난해 3월 28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23년 신세계그룹 전략실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할 것을 주문했던 그는 회장 취임 후 곧바로 칼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4월 취임 1개월 만에 실적이 부진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과감히 정리했다. 앞으로는 취임 시기와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수시로 대표이사나 임원 교체를 결정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아울러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면서 '성과주의'와 '신상필벌' 원칙을 경영 전반에 적용했다.

이를 위해 KPI(핵심성과지표)를 새롭게 설계하고 모든 경영진의 연봉·승진·유지 여부를 정량적 수치에 따라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임기를 2년 앞둔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내친 반면 흑자 구조로 안착시킨 손정현 SCK컴퍼니-스타벅스 대표를 유임시키며 '성과가 곧 자리'라는 방식을 입증했다.

정용진 회장이 과거와 다른 혁신 행보를 보이며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회장이 과거와 다른 혁신 행보를 보이며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달라진 행보… 미래 위한 체질 개선

정 회장은 과거 SNS에 게시한 글로 이미지 추락과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경영 능력보다는 그가 올린 사회적 이슈가 더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며 그의 행보가 변했다.

SNS 활동을 일절 중단하고 '조직 관리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실적 기반의 자료 요구는 물론 ‘투명한 보고, 신속한 실행, 냉정한 평가’ 원칙이 전 계열사에 자리잡으며 그룹 전체에 혁신과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이자 막후 실세인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을 주도해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내면서 대내외적으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책임 경영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스타벅스의 매출은 3조1001억원으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전년(2조9295억원) 대비 5.8%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36.5% 늘어난 1908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619억원, 35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7.3% 증가했다. 신세계푸드도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7% 올랐다.

2023년 창립 이래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던 이마트도 살려냈다. 올 1분기 이마트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2%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배가 넘는 수치로 2017년 이후 8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7조2189억원으로 0.2% 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점포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인 이마트24의 매출은 4658억원으로 8.9%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131억원에서 104억원으로 개선됐다. 소비자 수요가 높은 노브랜드 연계 매장을 늘리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며 수익성을 높인 결과다.

올 3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 페달을 밟겠다는 정 회장의 포부가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특히 본업 경쟁력 강화와 내실 경영을 통한 수익성 중심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취임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만큼 정 회장의 '뉴 신세계'가 얼마나 성장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확실한 성장 기틀을 완성해 신세계의 안정화는 물론 몸집을 더 키울 계획이다.

정 회장은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며 “변화와 도전으로 성과를 낸 조직 구성원에는 합당한 보상을 하며 계속 혁신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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