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대규모 현대차·기아 절도 사건 발생
17개 시, "도난방지장치 미설치는 회사 책임" 소송
회사 측 "연방법에 따라 책임 없어…기각해야"
항소법원, "일부 주는 책임 소송 가능" 판결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2021년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을 대상으로 발생한 대규모 도난 사건인 ‘기아보이즈(Kia Boyz)’가 미국 대도시와 기업의 법정 싸움으로 비화된 가운데 미국 항소심 재판부가 각 주별 소송 가능 여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은 위스콘신·오하이오 주(州)에 대해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책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고, 뉴욕주의 경우는 뉴욕 최고법원에 별도 판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항소법원, 3개주 ‘재판 성립 여부’ 판단
지난 20일(현지시간) 제9순회 항소법원 메리 H. 머기아(Mary H. Murguia), 제니퍼 성(Jennifer Sung), 브리짓 S. 베이드(Bridget S. Bade)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미국 7개 주 17개 지방정부가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기아보이즈’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한 일부 해석을 내놨다.

앞서 지방정부는 현대차·기아가 2011~2022년 제조한 일부 차량에 ‘엔진 이모빌라이저’ 등 도난방지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전국적으로 도난 사건이 급증했고, 이에 현대차·기아의 과실책임이 있다며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청구에 기각 신청으로 맞섰다. 이에 지방법원 일부는 기각했지만 대부분의 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중 현대차·기아는 위스콘신·오하이오·뉴욕주 지방법원이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건에 대해 이번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심리를 진행한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위스콘신·오하이오 주법을 해석하면 과실책임 주장을 물을 수 있다”며 “그러므로 지방법원이 이 사건을 기각시키지 않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다만 뉴욕주는 뉴욕주 최고법원이 별도로 판단하라”고 명령했다.
여기서 3명의 판사 중 베이드 판사는 이번 판결에 소수 반대의견을 내며 “연방 지방법원은 굳이 논란이 많은 주법 판단을 피하고, 연방법을 상위법으로 상정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연방법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과실 책임은 없으므로 사건을 전면 기각 시키는게 맞다”고 판시했다.
연방법(FMVS) 114조에 따르면 제조사는 다양한 설계적 선택권이 있고,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반드시 쓰라고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도난 사건에 대해 현대차·기아의 책임은 없다고 해석된다. 현대차·기아 측도 이 부분을 법정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참여한 미국의 시는 버팔로시, 신시내티시, 클리블랜드시, 시애틀시, 로체스터시, 용커스시, 그린베이시, 토나완다 타운, 콜럼버스시, 캔자스시, 인디애나폴리스시, 매디슨시, 밀워키시, 뉴욕시, 파르마시, 세인트루이스시, 볼티모어시다.
◆기아보이즈 여진 계속… 지방정부와 소송 계속
‘기아보이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현대차·기아 차량은 2011~2022년형 모델들이다. 이 모델들 중 도난방지장치(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 25종이 미국에 출시됐다.
이 허점을 틈타 2020년경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십대 청소년들이 불과 수십 초 만에 간단한 도구들만으로 차량을 도난하는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SNS상에서 이들은 ‘기아보이즈’라고 불렸다.
이 사태는 ‘기아 챌린지’라는 별칭으로 미국 전역으로 퍼져 현대차·기아의 도난이 급증했고 도난 차량을 이용한 각종 범죄도 발생했다.

이에 2022년 말부터 현대차·기아는 소프트웨어 패치를 제공해 일부 차종은 전동식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장착하기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핸들) 자물쇠나 고객 보상 프로그램도 시행됐다.
현대차·기아는 차량 도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했고, 사건은 캘리포니아주 중앙 연방지방법원에서 통합해 진행됐다. 2023년 5월 총 2억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합의안이 도출된 상태다. 그해 10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잠정적으로 이를 승인했으며, 현재 최종 승인 단계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과는 별개로 뉴욕을 포함한 17개 도시가 현대·기아의 차량 설계 및 유통 과정에서의 과실로 인해 공공 자원 낭비 및 범죄 증가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따로 제기했다.
각 시는 차량 도난 증가로 치안 예산 낭비, 공공 안전 악화, 경찰·소방 행정 부담 증가 등 막대한 간접 피해가 발생했으며, 도난에 취약한 차량을 설계해 지역사회 전체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시와의 소송은 아직 합의 없이 본격 재판이 진행중이며 손해배상 청구 여지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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