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붐 타고 누적 출고 5만대 달성
맞춤형 현지화 전략… 인도 점유율 2위
설계 초과 가동률, 글로벌 생산기지 부상

HD현대건설기계가 UAE에서 첫 수주를 거둔 80t급 초대형굴착기(HX800L).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가 UAE에서 첫 수주를 거둔 80t급 초대형굴착기(HX800L).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HD현대건설기계가 인도에서 굴착기 누적 출고 5만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인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17년 전 일찌감치 인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이 선택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지금 시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8년 설립된 HD현대건설기계 인도 공장은 초기에는 생산 여력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생산기지 중 가장 활발히 가동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가동률은 127.1%로 설계상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1500대를 만들 수 있는 설비로 1900대 넘게 생산한 것이다.

◆'현지화 전략'이 만든 성장곡선

이 같은 고성장은 단순한 수요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인도시장을 위한 별도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인도의 도로 사정, 연료 환경, 노동력 조건 등을 고려해 맞춤형 장비를 선보이며 고객 신뢰를 얻었다. 이는 ‘수출 중심’ 전략에서 ‘현지화 생산’으로 이행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인프라 투자도 한몫했다. 매년 10조루피(약 158조원)가 넘는 예산이 도로, 철도, 공항 건설에 투입되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지 마케팅·유통망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1위인 일본 히타치와의 격차도 5%포인트 내외로 좁혀졌다.

성과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HD현대건설기계의 올해 상반기 인도 매출은 2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동남아(34%)·북미(24%)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인도시장이 단순한 ‘신흥국’에서 ‘핵심 매출처’로 떠오른 것이다.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 전경.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 전경.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실적 반등 이끈 인도…탈중국 대안 부상

이는 글로벌 제조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탈중국’ 기조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국 내 인건비 상승, 정책 불확실성 등이 커지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 생산기지를 물색해왔다. 이 가운데 인도는 인구, 노동력, 시장, 정책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도시장에서의 성장세는 전체 실적 반등에도 기여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6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억원으로 31.6% 감소했지만 이는 중국 사업 재편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다. 해당 비용을 제외할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은 600억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하반기 인도시장 공략을 위해 20t급 신형 굴착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성능·저연비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인센티브 제도도 개편해 현지 고객을 정조준한다는 전략이다. 단순 판매 확대를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정밀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21t급 굴착기.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21t급 굴착기.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한국 제조업 새로운 교두보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인도 건설기계 시장이 올해 약 12조원에서 2030년 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8.3%라는 성장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인도 정부의 인프라 확대 기조가 확고한 만큼, 해당 시장은 중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한다.

인도시장은 HD현대건설기계뿐만 아니라 한국 제조업 전반에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인도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HD현대건설기계의 인도 사업 확대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굴착기 누적 출고 5만대는 HD현대건설기계가 인도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생산성과 수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공급망 재편의 수혜 지역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심화와 중국 내 제조비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 생산기지를 찾는 상황에서 인도는 인프라·노동력·정책 환경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HD현대건설기계처럼 조기에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향후 경쟁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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