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8조, 국내 최대 건설장비 업체 출범
AM·엔진 사업 확대, 미래 성장 동력 모색
덩치 키웠지만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과제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내년 합병법인 ‘HD건설기계’로 출범한다. 매출 8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웠지만 글로벌 톱10 도약 여부는 합병 시너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지난 16일 양 사가 각각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 승인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양사는 주식매수청구권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출범을 앞뒀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은 HD현대건설기계가 3조4381억원, HD현대인프라코어가 4조1142억원으로 8조원을 넘어선다.
HD건설기계는 건설장비뿐 아니라 엔진과 애프터마켓(AM) 사업까지 키워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합병 효과로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늘려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의 캐터필러와 일본의 코마츠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히타치와 JCB 등 중위권 업체들과는 단순 매출 기준에서 견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에선 합병 효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톱티어 업체들은 이미 전동화·자동화·디지털 솔루션을 상용화 단계에 올려놓았고 탄탄한 서비스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를 갖췄다.
반면 HD현대 계열 건설기계는 지역별 편중된 매출 구조와 낮은 글로벌 인지도라는 과제가 남았다. 업계는 합병을 출발점으로 보면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연구개발 투자와 서비스망 확충, 제품 라인업 고도화에 달렸다고 평가한다.

HD건설기계는 합병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소형부터 초대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한 건설장비를 주축으로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 중심의 AM 사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AM 부문은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원으로 꼽히지만 현재 매출 비중은 20%대에 머물렀다. 합병을 계기로 비중을 끌어올려 성장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엔진 사업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한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엔진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건설기계 외부 고객사로 영역을 넓혀 매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동시에 통합된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전동화 장비, 스마트 장비, 토탈 솔루션 등 미래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중복 부문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앞으로 투자 여력을 넓히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합병 시너지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신흥국 수요 변동성이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건설기계가 강세를 보인 인도와 동남아시장에서 판매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