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적자 여파 50대·저성과자 대상 희망퇴직
TCL·하이센스 등 中업체 추격에 점유율 4위로 하락
OLED 근원 기술 경쟁력 기반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LG전자가 주력 사업 중 하나인 TV에서 적자 폭이 커짐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LG전자는 고유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2분기 매출 20조7352억원, 영업이익 1조19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46.6%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의 충격은 2023년 이후 2년 만의 희망퇴직으로 이어졌다. 이번 희망퇴직은 TV를 담당하는 MS사업부가 우선적으로 실시하는데, 50세 이상 또는 최근 3개년 저성과자가 대상이다.
신청자에게는 근속기간 및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맞춰 최대 3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 등도 지원한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이 하락한 데는 MS사업부가 적자 전환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MS사업부는 2분기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4조393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5% 감소했다.
LG전자는 MS사업부 적자를 두고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TV 판매가 줄었다”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에 대응하기 위해 판가를 내리고, 마케팅비를 늘린 것도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TV의 강자였던 LG TV가 하락세를 겪는 것은 중국 업체의 부상이 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19.2%)다. 2·3위는 중국 TCL(13.7%)과 하이센스(11.9%)가 차지했다. LG전자는 10.7%를 점유하며 4위에 머물렀다.
LG전자가 중국에 추월당한 것은 2023년부터다. 그해 점유율 결산에서 TCL이 11.7%, LG전자가 11.68%를 기록하며 간발의 차로 따라잡혔다. 이후 하이센스도 거세게 추격하며 LG전자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TV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도 중국 업체가 영향력이 커지며 LG전자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유통 대기업 월마트는 지난 2019년 TCL·하이센스를 비롯한 여러 중국·대만 제조업체들과 손잡고 ‘온TV’(OnnTV)라는 자체 TV 브랜드(PB)를 출시했다. 온TV는 타 브랜드 대비 20% 이상 저렴하면서도 준수한 품질을 갖춰 북미 전역에 돌풍을 일으켰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온TV의 지난해 북미 시장 점유율은 13%에 달한다. 1위 삼성전자(21.6%) 다음이다.
LG전자는 중저가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에 힘을 쏟기보다는 자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하며 전열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최근 나노입자 기반 고색재현 기술을 적용한 TV 신제품을 내놓는 등 근원 기술에서 여전히 중국 업체가 따라오기 힘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옴디아 기준 지난해 1500달러 이상 TV 시장 점유율에서 22.2%를, 2500달러 이상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30.6%를 차지하며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TCL·하이센스는 이 부문에서 각각 2~5%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해 아직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LG전자 TV 부문은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며 판촉비 부담이 커졌으며, 패널 원가에 대한 통제력이 과거 대비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프리미엄 TV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되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세그먼트의 하방 전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