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법적 근거를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부여하지만,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IEEPA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관세나 부과금 등을 징수할 권한은 명시하지 않았다”며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관세 권한을 주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오는 10월14일까지 효력이 유예돼 있으며, 미국 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관세가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법원의 도움을 받아 이 관세를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계속 활용할 것”이라며 상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이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상호관세 철회를 명령한 데 대해 정부가 항소한 사건의 2심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IEEPA를 근거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5곳과 오리건주 등 12개 주가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IEEPA는 1977년 제정 이후 주로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사용돼 왔으며, 무역 불균형이나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뿐만 아니라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추가 관세 등 총 5개의 행정명령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IEEPA가 아닌 다른 법률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동차와 철강에 부과된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의 안보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며, ‘무역법 301조·122조’나 ‘관세법 338조’ 등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