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좌 전환·강제매도 중재기관 관할” 판단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이하 미래에셋)이 현지 40여명 고객들과 계좌 전환·강제매도(반대매매)와 관련된 8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서 1, 2심을 모두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가 계약서에 명시된 자본시장중재기관(BAPMI) 조항을 근거로 본안 판단을 피하면서다. 원고 측이 재차 항고하면서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현지시간 7월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등법원은 현지 개인 투자자 37명과 법인 3곳이 제기한 계좌 전환·강제매도 항소심에서 “법원은 관할이 없다”는 1심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좌 개설 계약서에는 분쟁 발생 시 자본시장중재기관을 통해 해결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며 “따라서 본건은 법원이 관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본안 판단 없이 중재기관으로 넘겨지게 됐다.
사건은 202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네시아 법인회사 알람 무바록 세자트라(Alam Mubarok Sejahtera)는 미래에셋과 개인보증계약(Personal Guarantee)을 체결했다. 이 법인은 담보비율 충족 요구에 따라 현금 약 3억7430만 루피아(약 3200만원)를 납입했고, 인도네시아 상장사 버르카 베톤 사다야(Berkah Beton Sadaya Tbk·BEBS)의 주식 103억5000만 주를 ‘담보 보강(Top-up)’ 명목으로 계좌에 이전했다.
분쟁의 핵심은 이 계좌들이 원고 동의 없이 정상(레귤러) 계좌에서 마진거래 계좌로 전환됐다는 원고 측의 주장이다. 소장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일방적으로 마진대출을 부여한 뒤 담보비율 충족을 강제했고, 담보 부족을 이유로 추가 납입과 주식 이전을 요구했다.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2023년 5월 9일이다. BEBS의 주식이 거래정지에서 해제되며 주당 555루피아로 거래를 재개했는데, 원고들은 바로 이 시점에 미래에셋이 대량 강제매도(Forced Sell)를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가는 급락을 거듭해 소 제기 무렵에는 7루피아 수준까지 추락했다. 원고들은 이 강제매도가 시장을 교란해 손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고 측은 물질적 손해 8조1656억 루피아(약 6900억원), 비물질적 손해 4000억 루피아(약 338억원)의 배상과 함께, 알람 무바록 세자트라가 담보로 이전한 BEBS 주식 103억5000만 주의 반환까지 요구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강제매도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아니라, 시장가격을 압박하고 손실을 키운 불법 행위”라며 “피고가 동의 없는 계좌 전환과 일방적 대출 부여를 통해 고객의 거래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BEBS 주가 하락으로 담보 부족이 심화되면서 추가 납입 요구가 잇따랐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과 현금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이번 사건은 관할은 법원이 아닌 중재기관에 있다”며 “강제매도 역시 마진거래 약정과 인도네시아 거래소 규정,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기준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현지시간 4월 9일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관할권이 중재기관에 있다는 미래에셋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계좌 개설 계약서에 ‘분쟁은 자본시장중재기관(BAPMI)에서 해결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민사법원은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은 곧바로 항소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사건의 본질은 미래에셋이 고객 동의 없이 계좌 성격을 바꾸고 강제매도를 통해 손실을 확대시킨 것”이라며 “그런데도 법원은 계약서 조항만 근거로 관할권을 부인하면서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판단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고 측은 BAPMI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항소 소장에서 “BAPMI는 증권사·거래소·금융당국 등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중심이 돼 설립된 기구인 만큼, 소속 증권사를 상대로 제기된 사건에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며 “중재합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안 심리를 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 보호 취지에 반한다. 법원이 이 사건을 회피하지 말고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시간 7월 3일 자카르타 고등법원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중재합의가 존재하는 이상, 일반 법원은 관할할 수 없다”며 “민사법원이 사건을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건은 BAPMI 관할에 속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원고 측은 대법원으로 항고했으며, 인도네시아 대법원에서 법리적 다툼이 진행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이 대법원에서도 승소할 경우, 중재기관에서 해당 분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해당 소송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인도네시아 법인에 확인한 결과 자본시장중재기관(BAPMI)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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