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미디스호 엔진 고장에 1500만달러 구조비 발생
두산·현대·롯데 등 국내외 대기업 수출화물 선적 확인
보험사 “선박관리 소홀 책임” 주장…글로벌 선사 소송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세계 해운사들을 상대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컨테이너선 ‘아르키미디스(Archimidis)’호가 기관 고장을 일으키며 막대한 구조 비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지시간 지난 28일 미국 뉴욕주(州) 남부지방 연방법원에 접수된 소장에 따르면 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라이나손해보험(에이스손보)을 비롯한 한국·일본·홍콩 보험사들이 스위스의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이스라엘의 짐(ZIM) 등 글로벌 선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보험사들은 약 200만달러(약 2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 금액에는 화주를 대신해 지급한 구조비용 외에도 이에 대한 이자 및 소송 비용이 포함됐으며, 원고 측은 피고 해운사들의 선박 관리 소홀과 계약 의무 위반을 주된 책임 사유로 지목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11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양산에서 출항해 미국 사바나항으로 향하던 아르키미디스호는 멕시코 인근 해역에서 주기관 고장으로 바다에 표류했다. 당시 선박에는 수많은 컨테이너 화물이 실려 있었으나, 자체 동력으로 운항할 수 없어 구조가 불가피했다.
소장 부속 문서인 선하증권 목록에 따르면 사고 당시 아르키미디스호에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미국행 수출품이 대거 실려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 건설기계의 지게차,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현대글로비스와 기아차 미국 공장으로 향한 부품, 만도·넥센타이어·효성TNC·롯데케미칼의 제품 등이 실려 있었다. 또한 한국타이어 계열사와 광성, 세원, 에코플라스틱, SMT 등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화물도 다수 확인됐다.
일본 기업의 수출품도 있었다. 캐논과 요코하마타이어, 아사히카세이, 토피 인더스트리, 이세키, 시라이시칼슘 등도 실려있었다. 밀워키 전동공구, 위생기기 브랜드 모엔 협력사 제품, 테크트로닉의 전자·공구류 등 홍콩과 중국, 마카오 기반 기업들의 물량도 함께 선적돼 있었다.

아르키미디스호는 12일간 바다를 표류하다 그리스 업체 파이브 오션스가 투입한 예인선 두 척에 의해 파나마로 이동됐는데, 이 과정에서 국제해상구조표준계약서(LOF 2020)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다.
국제 해상 운송의 통례에 따라 구조비 부담 문제는 런던 중재재판부로 넘어갔다. 재판부는 2023년 판정에서 구조업체 청구를 인정해 총 1500만 달러(구조비 1200만 달러+이자·비용 300만 달러, 한화 약 200억원)를 파이브 오션스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DB손보와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국내 보험사들은 화주를 대신해 약 200만 달러(약 27억원)을 지급했다.
보험사들은 이 비용을 그대로 떠안을 수 없다고 보고 사고 책임을 해운사 측에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이번 사고가 단순 불가항력이 아닌 선박 자체의 결함과 해운사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따라서 자신들이 대신 낸 금액을 해운사들이 책임지고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제기한 청구 사유는 크게 네 가지로 ▲운송계약 위반 ▲선박 부적합 ▲해상과실 ▲면책적 손해배상 의무 등이다.
특히 ‘선박 부적합’ 부분에서 원고 측은 선박이 항해 시작 시점에 해상 운항에 적합해야 하는 것은 해운사가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없는 비위임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아르키미디스호가 출항 당시부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항해에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운송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고로 지목된 해운사들은 모두 글로벌 선사다. MSC는 1970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설립된 이후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다. 올해 3월 기준 약 900척의 화물선과 550만개의 컨테이너(TEU) 운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약 700척 이상의 선박을 운용하는 세계 2위 기업으로 MSC와 함께 글로벌 해운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물류 서비스를 포함한 세계적인 사업자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매출 약 555억 달러(약 77조원), 전 세계 10만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 본사의 짐(ZIM) 역시 북미 항로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중견 해운사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94만4000 TEU의 화물 운송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확대된 실적을 보였다. 선단 규모로 보면 약 130척의 선박, 70만 TEU 이상의 운송용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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