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테무 등지 모조품 판치자 법적 대응
재판부에 판매금지·결제금지 등 요청
현대차그룹 짝퉁 피해 4년간 580억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현대자동차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짝퉁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판매자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지난 4년간 모조품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에 발생한 피해가 580억원에 달하는 등 피해가 심각해지고, 품질 인증이 안된 제품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자 강력히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이베이·테무 등지 짝퉁업자 활개…판매금지 요청
2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州) 북부 지방법원 동부지원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차 아메리카는 아마존, 이베이, 테무, 월마트 등지에서 모조 부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다수의 판매자들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및 위조 소송을 걸었다.
현대차는 “다수의 모조품 판매자들은 현대차의 명성을 악용해 무단·무허가 자동차 부품 및 액세서리를 판매해왔다”며 “이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상표 개발과 홍보에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왔다”며 “현대차 제품은 품질과 성능, 혁신적 디자인 덕분에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현대차 상표와 결부된 영업상 신용은 막대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소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사의 자동차 부품 등 각종 상품에 대해 위조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다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위조 상품이 버젓히 팔리고 있다.
통상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판매자 신원 확인이 부실해 모조품 업자들이 허위 정보로 등록할 수 있다. 통상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모조 부품을 공급받아 여러 개의 스토어를 개설해 활동한다.
현대차는 “모조품 판매자들의 활동은 현대차의 명성과 영업상 신용에 집단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준다”며 “소비자에게 현대차와 무관한 제품을 정품으로 오인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상표를 위조·판매·광고하는 행위에 대해 사실상 법적 구제 수단이 부족한 상태”라며 “금지명령 없이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법원에 ▲판매·광고 중단 금지명령 ▲아마존, 이베이, 테무, 월마트가 위조 판매 계정을 차단하고 페이팔은 결제를 중단하도록 하는 명령 ▲손해배상 등을 요청했다.
◆‘짝퉁부품’ 안전에 치명적...매년 100억원대 피해
현대차그룹은 모조품 판매자에 대해 수년간 강경대응해 왔다. 모조 부품은 품질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차량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고 브랜드 평판과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램프, 에어백, 베어링, 쇼크업소버, 배터리, 브레이크 디스크 등은 차량 핵심 부품임에도 온라인상에서 별다른 제제없이 무분별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가 이번 소송에서 겨냥한 상대도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판매자들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법적 조치와 민·관 합동단속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현대차는 미국 부품 수입 유통업체 ‘DTI’를 상대로 고소해 500만달러 손해배상과 판매금지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DTI는 현대차의 정품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마치 인증된 부품 마냥 판매했다.
현대차·기아의 주요 부품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도 2022년 가짜 부품을 대놓고 수입·판매한 유럽 몰타 지역 유통사 ‘DMD오토파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모조 부품 압수 명령을 받아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상무부와 협조해 비순정품 판매업체를 단속하고 점화플러그·오일류 등을 압수했고, 브라질에서도 현지 민정경찰(DEIC)과 함께 불법 유통되는 위조 부품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인도에는 아예 전담 조직을 신설해 현지 직원과 수출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짝퉁 유통 방지 예방 교육을 펼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는 대만 부품사들이 가짜 헤드램프 등을 유통한다며 금지 요청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차량 부품 확보가 어려워지자 제3국을 통한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렸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현지 세관과 함께 집중 단속을 벌여 약 60억원 규모의 10만개에 달하는 부품을 적발했다.

한국 짝퉁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현대모비스와 관세청은 합동단속을 벌여 현대차·기아 모조 부품을 해외에 수출하려 한 일당을 적발하기도 했다. 적발된 업체는 현대모비스 상표인 ‘BESF1TS’(베스핏츠)와 유사한 ‘NEW BESF1TS KOREA’(뉴 베스핏츠 코리아) 상표를 쓰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2021~2024년까지 4년간 짝퉁 부품으로 발생한 피해가 581억원에 달한다. 2021년 108억원, 2022년 162억원, 2023년 192억원, 2024년 119억원 등 매년 100억원이 넘는 피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주로 상표권 침해 사례를 단속하고 있지만 상표 노출 없이 교묘하게 모조품을 유통하는 디자인 침해 업체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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