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법·델라웨어주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피소
“고상석 대표, LG화학 재직 당시 접근한 영업비밀 사용 주장”
췌장암 치료제 'PBP1510' 개발에 사용 주장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싱가포르 본사 로비 전경.(사진=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싱가포르 본사 로비 전경.(사진=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IDC(이하 프레스티지바이오)가 온콜로지 데이터 수트(Oncology Datasuite)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사유로, 인도 기업과 해당 기업의 파산한 미국 법인의 법원이 지정한 파산관재인에게 피소당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이미 공개된 논문(PAUF article) 정보를 활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州) 지방법원은 프레스티지바이오측이 원고 인도 오시멈바이오솔루션스(OCIMUM BIOSOLUTIONS (INDIA) LIMITED)와 법원 선임 파산관재인 돈 A. 베스크론(Don A. Beskrone, 이하 오시멈측)을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수정 소장(FAC) 기각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오시멈 측이 제출한 수정 소장에서 고상석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IDC 대표가 피고에서 제외됐다.

앞선 2007년 10월 14일 오시멈바이오솔루션스는 자산양수도계약을 통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인 ‘진익스프레스(GeneExpress)’를 개발한 ‘진 로직(Gene Logic Inc.)’의 유전체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후 해당 사업부/미국 법인(Ocimum USA)이 파산함에 따라, 선임된 파산관재인이 관련한 소송을 맡았다.

현지시간 25일 판결문 1면 중 일부. 사진=델라웨어 지방법원
현지시간 25일 판결문 1면 중 일부. 사진=델라웨어 지방법원

앞서 지난해 6월 13일 오시멈측은 프레스티지바이오측을 상대로 법원에 미국 연방법과 델라웨어주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오시멈측은 수정 소장을 제출했고, 이에 프레스티지바이오측은 올해 5월 29일 수정 소장에 대해 ‘청구 기각 신청(MOTION to Dismiss for Failure to State a Claim)’을 냈다. 그 결과 고상석 대표는 피고 명단에서 제외됐다.

프레스티지바이오측은 ▲원고가 피고의 ‘진익스프레스(GeneExpress)’ 보유나 사용했다는 점을 개연성있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설사 보유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피고가 그것이 영업비밀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주장하지 못했다는 것 ▲원고의 청구는 시효가 만료됐다(원고가 해당 남용을 발견한 시점 기준)고 주장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화합물을 식별하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수십년 전의 영업비밀 보호 위반 혐의에서 비롯됐다. 해당 영업비밀은 바이오인포매틱스 소프트웨어 패키지인 ‘온콜로지 데이터수트’와 이를 포괄하는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인 진익스프레스다.

오시멈측은 고상석 대표가 LG생명과학 연구소 근무 당시의 경험을 통해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2000년 10월 15일 진 로직은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LG화학에 3년 동안 라이선스했다. 이 라이선스 계약의 일환으로 고 대표를 포함한 LG화학 직원은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계약한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내용은 기밀이며, 계약 종료 시에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사진=미국 델라웨어주(州) 지방법원 결정문 발췌
사진=미국 델라웨어주(州) 지방법원 결정문 발췌

진 로직은 LG화학에 서버 형태로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제공하면서, 이것이 LG화학이 보유한 유일한 복제본으로 믿었다고 했다. 또한 2000년 12월 6일 계약 종료 절차에 따라 LG화학 대표로 고 대표에게 관련 데이터를 모두 파기, 삭제하고, 해당 사실을 증명하는 확인서를 1월 15일까지 제출하라는 통보서를 발송했다. 

이후 LG화학과 진 로직은 계약 종료 의무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으며, 고 대표를 포함한 LG화학 대표들은 해지 통보서 요구된 대로 모든 정보를 반납하거나 파기했다고 보장했다.

하지만 오시멈측은 LG화학과 고 대표가 온콜로지 데이터슈트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반납하는 척하면서, 비밀리에 복사본을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계약 종료 후에도 진 로직에 접근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계속 사용했다는 것이다.

앞선 ‘췌장선암 발현인자(PAUF) 바이오마커’ 발견은 2007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의 연차보고서에 수록됐다. 또한 2009년 3월 2일자 ‘캔서 사이언스(Cancer Science)‘ 학술지 논문에 발견 방법이 온라인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 논문을 통해 고 대표가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사용한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 오시멈측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진익스프레스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이용한 데이터 마이닝과 다양한 악성 신생물에서의 PAUF 발현 수준이 대조 조직과 비교돼 보조표(supporting table)에 제시된다”고 언급됐다.

사진=미국 델라웨어주(州) 지방법원 결정문 발췌
사진=미국 델라웨어주(州) 지방법원 결정문 발췌

오시멈측에 따르면 이 절차에 따라 PAUF 논문의 저자 중 최소 1명은 2006년 이후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이용해 PAUF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해당 인물은 고 대표로서 프레스티지바이오측은 그가 2009년 세계 최초로 PAUF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췌장암 항체 신약 ‘PBP1510’의 치료표적이다.

오시멈측은 프레스티지측이 동아대학교 및 고 대표와 로열티 발생 라이선스를 체결했으며, 그 기술은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를 사용해 개발된 PAUF 논문과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동아대학교-고 대표-프레스티지측의 관계를 활용해 영업이익 탈취로부터 이익을 얻도록 관계된 설계라는 것이다.

현재 프레스티지측은 PAUF 논문에 기반한 PBP1510을 개발, 상용화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받았다. 또한 PBP1510과 관련된 미국 특허(US 11046779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7년 독점권을 확보했으며, 패스트트랙 지정도 받았다.

지난해 5월 7일 오시멈측은 프레스티지바이오측에 온콜로지 데이터슈트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협의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프레스티지바이오측은 고 대표가 LG화학을 떠난 후 수년 동안 자사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고 대표와 협력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오시멈측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을 탈취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오시멈측이 주장한 ▲프레스티지측의 영업비밀 인지와 보유, 탈취가 개연성있게 주장됐다는 점 ▲미국 연방법 영업비밀보호법(DTSA)에 근거해 청구는 시효에 의해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 ▲델라웨어 영업비밀보호법(DUTSA)에 따른 영업비밀 탈취 청구가 개연성 있게 제기됐다는 점을 사유로 프레스티지측의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측은 “현재 본안 청구 이전에 해당 결정에 대해 반박서를 제출할 기회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며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상석 대표가 핵심 인물로 간주되며, 프레스티지는 고 대표를 소송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를 했고, 이 시도가 성공하여 상대방이 수정된 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판사가 인용한 판례는 원고에게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이며, 이는 프레스티지가 절차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측은 “오시멈이 진 로직 관련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번 소송은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적절한 법적 절차를 통해 강경 대응을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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