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PE, 레이저·통신 등 각종 특허소송 걸어와
글로벌 기업 ‘소송 숙명’…LG전자 6건 진행 중
LG전자 “지적재산권 존중…무분별 소송은 엄중 대응”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LG전자 북미법인 사옥 전경. 이 사옥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 리드(LEED)의 최고등급을 받았다. 사진=LG전자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LG전자 북미법인 사옥 전경. 사진=LG전자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LG전자가 최근 미국에서 기술 특허침해로 잇따라 피소됐다. LG전자는 미 시장에서 가전·TV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소비자 평가와 판매량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는데, 체급이 커지는 만큼 경쟁사와 특허관리형업체(NPE)로부터 소송 견제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NPE, 레이저 프로젝터 특허침해 걸어와

2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州)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에 따르면 베이커 레이저 테크놀로지(Baker Laser Technology, 이하 베이커)는 LG전자를 상대로 미국 특허번호 9,185,373(이하 373)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373 특허는 ‘레이저 프로젝션 시스템’(Laser projection system)이라는 제목으로 2015년 11월 미국 특허청(USPTO) 심사를 통과해 발행됐다. 베이커는 이 특허 기술을 2006년경부터 갖고 있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갱신해왔다고 주장했다. 

LG전자의 시네빔 레이저 'HU810P'. 사진=LG전자

이 특허는 제목 그대로 레이저 광원을 사용하는 프로젝터로, 영화관·홈시어터·회의실·교실 등에서 기존 램프 대신 레이저를 이용해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콘서트, 스포츠 경기, 전시회 등에서 초대형 화면 투사에 사용하기도 한다. 

LG전자는 현재 다양한 ‘시네빔’, ‘프로빔’ 등 다양한 프로젝터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데, 베이커는 이 중 ‘AU·HU810P’ 모델을 직접적인 침해 제품으로 소장에 적었다. 2020년에 출시한 이 프로젝터는 홈시어터에 특화된 제품으로, 레이저 광원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커 측은 소장에서 “이 특허는 회사의 주축인 리처드 베이커(Richard Baker)와 그의 아들 데이빗 베이커(David Baker)가 개발했다”며 “우리는 35건 이상의 미국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 집단이자, 세계적 대기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관리한 경험이 있는 특허 라이선싱 전문가”라고 자신들을 NPE로 소개했다. 

베이커 레이저 테크놀로지의 소송장 1면. 사진=미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
베이커 레이저 테크놀로지의 소송장 1면. 사진=미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

이들은 구체적으로 373 특허의 8항을 직접 침해했다고 밝혔다. 구글 특허(Google Patents)에 따르면 373 특허 8항은 프로젝터가 광선을 생성하고 전송해 표면에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커는 지난 4월 18일에 LG전자에 특허 침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LG전자가 특별한 반응이 없자 이를 ‘고의적 침묵’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이커는 재판부에 ▲373 특허 침해 판결 ▲손해배상 ▲소송 비용 부담 등을 요청했다. 

한편 베이커는 이번과 동일한 373 특허침해로 삼성전자, 일본 세이코앱손, 중국 하이센스 등도 연달아 고소했다. 프로젝터 제품을 판매하는 유력 기업들을 대상으로 확대해가는 전략으로 읽힌다.

◆화상 채팅 기술 특허 침해 소송도

한편 LG전자는 지난 18일 또 다른 NPE인 랜덤챗(Random Chat)으로부터 특허침해로 피소됐다. 

랜덤챗은 미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에 LG전자와 LG전자 미국 법인이 자신들이 소유한 미국 특허번호 8,402,099(이하 099)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099 특허는 ‘TCP/IP 또는 UDP와 같은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멀티미디어 통신을 수행하는 방법’(Method for carrying out a multimedia communication based on a network protocol, particularly TCP/IP and/or UDP)이라는 제목의 특허다. 

이 통신 특허는 영상·음성·텍스트 채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다. 줌, 팀즈, 위벡스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나 왓츠앱, 카카오톡 같은 영상통화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랜덤챗이 제기한 소송장 1면. 사진=미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
랜덤챗이 제기한 소송장 1면. 사진=미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

이 특허의 특징은 단순 사용자 간 연결을 넘어 ‘사용자 프로필 기반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즉 내 사진·자기소개·취향 등 프로필을 만들어 두면 랜덤 매칭, 검색 기반 매칭, 친구 리스트 기반 매칭, 블랙리스트 같은 기능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랜덤챗은 소장에서 “LG전자는 099 특허의 존재를 최소한 본 소송 제기 시점에는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특허 침해 판결과 손해배상, 소송비용 보전 등을 재판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랜덤챗 측은 LG전자의 어떤 제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특허를 침해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LG전자 “지적 재산권 존중하나, 무분별 소송엔 강경 대응”

LG전자가 미국에서 주요 가전 업체로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현지 경쟁사 또는 NPE 등으로부터 견제도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21.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도 판매대수 기준 점유율 51%로 선두에 올랐다.

특히 프리미엄 TV인 ‘올레드 에보’ 모델은 최근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의 평가에서 1~10위를 싹쓸이하는 등 경쟁력을 입증했다. 

LG전자에 대한 특허소송도 잇따른다. 지난 11일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LG전자와 몬디스 테크롤로지(Mondis Technology)·맥셀 홀딩스(Maxell Holdings)의 디스플레이 기술 소송에서 LG전자가 1430만달러(약 198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쟁점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밖에 지난해는 프록센스와 생체 인증 관련 6개 특허 침해 소송도 걸려있다. 프록센스는 삼성전자를 상대로도 같은 소송을 걸었는데, 삼성전자는 결국 소송을 이기지 못하고 합의금을 지불한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특허분석업체 유니파이드 패턴츠(Unified Patents)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LG전자가 다투고 있는 특허 소송은 6건으로 파악된다. 이후 제기된 특허 소송도 정식 재판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NPE들의 특허 소송은 사유나 근거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는 제3자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며, 그 기술 가치에 상응하는 공정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다만 특허관리형기업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와 불합리한 특허료 요구에는 앞으로도 강경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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