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법원 승인 없는 담보 회수는 위법…차량 반환 해야”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우리카드 인도네시아 법인(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이하 우리카드)이 현지에서 진행된 담보 차량 불법 회수 소송에서 부분 패소했다. 법원은 허가 없이 담보 차량을 강제로 가져간 조치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현지시간 1일 인도네시아 누사뜽가라바랏주(州) 마타람 지방법원은 원고 카르니와티(Karniwati)씨가 우리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채무자가 일부 연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권자인 우리카드가 강제로 차량을 회수한 것은 절차상 위법”이라며 “신탁담보 목적물의 집행은 반드시 법원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르니와티씨는 픽업트럭을 구입하면서 우리카드와 3년(36개월) 할부 금융 계약을 체결했다. 차량 가격은 약 1억3300만 루피아(약 1130만원)였고, 계약금 3354만 루피아(약 285만원)를 납부한 뒤 나머지 약 9945만 루피아(약 850만원)를 대출받아 매달 371만6000루피아(약 32만원)씩 상환하기로 했다.
카르니와티씨는 초기 7회분을 납부했으나, 사업 사정이 악화되면서 이후 2회분을 연체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우리카드 측 직원들이 발리에서 운행 중이던 카르니와티씨의 차량을 법원의 허가 없이 회수하면서 분쟁이 불거졌다. 카르니와티씨는 할부금 납부를 재개하겠다며 차량 반환을 요구했으나, 우리카드 측은 이를 거절하고 잔여 대금을 일시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카르니와티씨는 법원 절차 없이 차량을 강제로 회수한 것은 불법이라며 지난 7월 마타람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할부금 등 물질적 손해와 생계 수단을 잃은 데 따른 정신적 피해 등을 합쳐 총 1억955만 루피아(약 940만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카르니와티씨는 소장에서 “우리카드가 채무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차량을 회수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법원 판단 없이 차량을 회수한 것은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기간이 3년으로 정해져 있었음에도 일부 연체를 이유로 조기 회수를 단행해 상환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우리카드는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할부금은 물론, 생계 수단 상실로 인한 정신적 피해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 측은 “원고가 7회분을 납부하긴 했지만, 이후 기일을 지키지 않고 5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 연체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민법 제1238조와 제1243조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며 “해당 차량은 정식 신탁담보(Fidusia) 등록 절차를 거친 담보물”이라고 반박했다. 또 “2024년 10월 작성된 신탁담보 증서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회수는 합법적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할부금을 납부했으나, 5월 이후 세 차례 연체한 사실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우리카드가 법원 승인 없이 차량을 직접 회수한 행위는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결정에 비춰봤을때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또 “신탁담보 목적물의 강제집행은 채권자가 임의로 할 수 없고 반드시 법원을 통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차량은 원고에게 반환돼야 하고, 원고는 남은 할부금을 계속 상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원고가 다시 상환을 지연할 경우 우리카드는 법원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차량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우리카드 인도네시아 법인은 인도네시아 내 소비자금융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다중금융사다. 차량할부와 소비자대출, 투자 및 운전자금 대출, 팩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금융(Consumer Financing)과 금융리스(Finance Lease), 팩토링(Factoring) 세 가지 사업 부문을 운영 중이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75개 지점을 통해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다. 올해 상반기 362억 루피아(약 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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