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06, 스텔라라 '의료용도' 특허⋯임상조건 쟁점
44주차 스테로이드 비투여 조건 충돌⋯法 "신규성 부정"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스위스 ‘EP 3883606 특허(궤양성 대장염 치료용 항-IL12/IL23 항체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 이하 EP 606특허)‘ 무효화에 성공했다. 해당 특허법원은 신규성과 진보성의 부재를 무효 사유로 들었다.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 특허법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현지 법인(Samsung Bioepis CH GmbH)이 얀센을 상대로 제기한 EP 606특허 무효화 소송의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얀센은 답변서를 통해 해당 무효소송이 부적합하기에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된 EP 606특허는 우스테키누맙의 의료용도 특허다. 이 특허의 청구항 1은 ▲대상질환인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UC) 환자 치료 ▲투여 약제인 변수영역(variable region)의 아미노산 서열에 해당하는 서열 번호(sequence ID) ▲투여 스케줄인 유도요법 6㎎/㎏ 정맥 주사, 유지요법 8주 또는 12주 간격으로 90㎎ 피하 주사 ▲임상조건인 최소 44주차에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없는 임상적 관해 등으로 구성됐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adrenal cortex)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코르티솔 등)을 기초로 합성된 스테로이드계 약물로서, 염증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이 약물 없이 관해를 달성했다는 것은 위험한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증상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브루스 E. 샌즈(Bruce E. Sands)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발표한 자료를 기반으로 44주차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없는 임상적 관해 조건은 진보성 없다고 주장했다. 앞선 발표는 우스테키누맙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내용을 글로벌 학회에서 공개한 것이다.

여기에 2018년 글로벌 학회인 소화기질환주간(DDW)에서 토마스 옥젠쾬(Thomas Ochsenkühn) 독일 이자르 병원 교수가 발표한 학술 포스터에도 우스테키누맙이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관해를 유도한다는 점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포스터가 39주(약 9개월) 데이터까지 환자가 스테로이드 없이 관해에 도달한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44주 조건은 신규성이 없거나 예측 가능한 연장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업은 EP 606특허가 주장하는 미국 임시출원(P2)에 대한 우선권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임시출원은 특정 환자군과 임상디자인에 종속된 결과만 공개하고 있기에 환자군 제한 없이 44주차를 일반화한 EP 606특허와 다르다는 것이다.

사진=스위스 연방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사진=스위스 연방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미국 임시출원은 2018년 11월 20일을 기준으로 하며, EP 606특허의 최종 출원일인 2019년 9월 4일보다 앞서있다. 이 임시출원 우선권이 인정될 경우 이후에 공개된 논문이나 발표들은 무력화돼 얀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얀센은 ▲44주차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없는 관해는 통상의 기술자가 예상할 수 없는 효과라는 점과 ▲옥젠쾬 교수의 발표가 환자 수가 적고, 스터디 디자인도 제한적이라는 부분에서 EP 606특허와 동일한 발명이 아니라는 점 ▲미국 임시출원에 P2에 기재된 내용이 그대로 EP 606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EP 606특허의 주요 청구항인 청구항 1이 무효화될 경우를 대비한 11개의 보조청구를 특허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중 ▲7개의 보조청구를 출원 초과 ▲3개의 보조청구를 허용되지만 진보성 부족 ▲1개의 청구를 허용되지만 신규성 상실이라는 사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국 임시출원(P2) 유효성 여부에 44주차 결과를 특정 환자군에 국한해 공개했을 뿐, 환자군 제한 없는 일반화된 발명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EP 606이 주장하는 우선권(P2)은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옥젠쾬 교수의 발표는 44주 이후 지속적 관해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규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옥젠쾬 교수가 지속한 임상(2020년 발표)에서 2018년 11월 이미 52주차 데이터가 확보됐으며, 당시 44주 시점의 데이터를 환자들에게 공개했다는 사유로 신규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EP 606특허 청구항1의 진보성 측면에서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환자반응 소실은 궤양성 대장염(UC) 장기 치료에서 기술 상식이며, 44주차에도 관해가 유지된다는 점은 옥젠쾬 교수의 포스터 등을 고려할 때 기술자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는 설명이다.

마크 슈바이처(Mark Schweizer) 재판장은 “원고(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청구를 인용해, EP 606특허의 스위스 부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이에 따라 스위스 연방지식재산청(IGE)에 등록부에서 해당 특허를 말소하도록 요청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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