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확장 vs 강성 지지층 압박 딜레마 갖혀
탄핵·분열·특검 정국, 국힘 재건 길 찾기 나설 듯
극우 끊고 합리적 보수 껴안을 수 있을지 주목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ㆍ복권과 정청래 '개혁 강경론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주, '강성 반탄파'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부상 등 제 정당ㆍ정파의 힘겨루기가 한층 치열해지는 국면이다. 이들 3인의 기회와 위기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장동혁 대표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강성 지지층의 압박과 당내 갈등을 비롯한 여권의 거센 공세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의 리더십이 보수 정치의 향배를 가를 최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여겨지면서다.

◆강성 지지층 딜레마 속 중도로 변신 시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앞세워 국민의힘 당권을 거머쥔 장동혁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극우 이미지’ 지우기에 나섰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성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반탄의 기수로 급부상했지만, 대표직에 오른 이후에는 ‘중도 확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보폭을 넓히려는 모습이다.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준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외연 확장을 향한 필요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가 시작된 셈이다.
장 대표는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외연 확장형 보수가 목표”라며 “왼쪽으로 가는 보수가 아니라 중도층이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와 계엄 논란을 두둔하며, 강경 보수 성향을 드러냈던 태도와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조건부로 수용하는 등 ‘정치 복원’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직 인선에서도 정희용 사무총장,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을 발탁했고 선거 과정에서 손을 잡았던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와는 선을 긋는 행보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인사 조정 차원을 넘어 ‘극우 이미지 탈피’를 향한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그러나 문제는 강성 지지층과의 관계 설정이다. 장 대표의 대표 취임 직후 김민수 최고위원이 최고위 회의장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석방하라”고 외쳤던 장면은 이들의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도부가 곧바로 “논의된 바 없다”며 일축했지만, 지지층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장 대표가 직접 공언했던 ‘윤 전 대통령 면회’는 피하기 어려운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면회를 강행할 경우 여권의 ‘내란당 프레임’에 걸려들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이탈을 자초할 수 있고 미룬다면 ‘윤 어게인’ 세력의 반발에 직면한다.
속도 조절론이 당 안팎에서 고개를 들지만,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 대표가 내세운 ‘선택적 동행’ 전략이 통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내부 균열은 장 대표의 앞길을 더욱 좁힐 수 있다. 반탄파와 찬탄파 간 대립은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대표가 “밖에 있는 50명보다 안에 있는 1명의 적이 더 위험하다”며 사실상 출당 가능성을 언급하자, 조경태 의원은 “히틀러가 다수결을 앞세운 대표적 사례”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이 ‘한동훈 전 대표 게시판 사태’ 재조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친한계를 겨냥한 것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친한계 인사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당내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불안한 구조가 됐다.
찬탄파를 배제하면 분당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고 끌어안으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입지는 더욱 곤란해지고 있다.

◆당내 분열·대여 투쟁, 최대 고비는 내년 지방선거
외부를 향한 대여 투쟁도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 의석은 107석에 불과하다. 190석 가까운 범여권 의석을 상대로 ‘강력한 원내 투쟁’을 선언하더라도,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필리버스터 같은 제도적 저항은 하루짜리 방탄에 불과하고 입법 과정에서는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정국을 연말을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가며 공세의 고삐를 죌 태세다.
이미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도로 윤석열당, 극우 정당”으로 규정하고 정당 해산론까지 꺼내 들었다. 여권이 ‘내란당 프레임’을 본격화하면 장 대표가 어렵게 시도하는 중도 확장 전략은 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결국 돌파구는 여론이다. 국민의힘이 의석의 힘으로 정국을 흔들기는 어렵다. 장 대표가 국민 여론을 기반으로 보수 야당의 존재감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에만 매달린다면 중도와 합리적 보수는 등을 돌리고 외연 확장은 불가능해진다. 장동혁호의 최종 시험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다.
2023년 김기현 전 대표가 총선 참패 전망 속에 직을 내려놓았던 기억은 당내에 여전히 생생하다. 이번에도 혁신과 통합을 이루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참패라는 뼈아픈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탄핵의 강, 당내 분열의 강, 대여 투쟁의 강. 세 개의 강을 어떻게 건널지가 장 대표 리더십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장 대표가 직면한 상황은 단순한 당내 조율이 아닌 한국 보수 정치 전체의 방향을 시험하는 무대라고 볼 수 있다. 중도 확장과 강성 지지층 관리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받게된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그의 선택과 속도, 국민 여론을 읽는 능력이 앞으로 국민의힘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장 대표가 중도 확장을 성공시키면서도 내부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리더십 성패와 당 재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