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상법·예산안, 여야 충돌 3대 격전지 부상
지지층 결집 노린 강공 전략, 중도 민심 이탈은 변수
22대 국회 격돌 본격화...중도층과 민생은 실종 우려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ㆍ복권과 정청래 '개혁 강경론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주, '강성 반탄파'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부상 등 제 정당ㆍ정파의 힘겨루기가 한층 치열해지는 국면이다. 이들 3인의 기회와 위기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내란정당 해산" "정치깡패 공작"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각각 ‘개혁’과 ‘저지’를 앞세워 22대 국회 주도권을 겨루면서 정치권은 사실상 협치의 시대를 접고 전면전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내란 세력과는 대화할 수 없다”며 대야 강공을 선언했고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며 맞불을 놨다.
양쪽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기조 속에,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국회 곳곳에서 충돌음이 쏟아지고 있다.

◆강공 드라이브, 지지층 결집 노리는 여야 대표
특히 정 대표는 스스로를 “개혁 강경파의 선봉장”으로 규정해 왔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검찰개혁 속도전, 상법 개정안 추진 등 강경 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내란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발언은 협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선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가 ‘정면 돌파형 전략’을 택한 만큼 지지층 결집 효과는 확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한편에선 중도층 이탈과 국정 운영 부담 가중이라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 대표는 “개혁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추석 전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장담하며, 당내 의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종종 대통령실의 ‘속도 조절론’과 충돌을 빚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오히려 정 대표의 돌직구 발언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강성 반탄파’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대여 강경론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그는 특검의 압수수색을 두고 “법의 탈을 쓴 정치 깡패들의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맞불을 놓았다.
장 대표는 야당의 대표로서 단순히 수세에 몰리지 않고,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투쟁형 리더십을 구축하려 한다. 그가 대표 취임 직후부터 내세운 ‘반이재명 연대’ 구상은 아직 구체적 형태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보수 성향 유튜브·시민단체 등 외곽 세력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강경 발언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제대로 싸워야 산다”는 여론에 힘입어 결집이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친 강경투쟁은 민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라진 협치’, 강대강 충돌로 향하는 국회
이번 정기국회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라는 상징성까지 겹쳐 여야의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돼 있다. 민주당은 224개 중점 법안을 ‘속도전’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입법 폭주’로 규정하며 100대 저지 과제를 내세웠다.
검찰개혁, 상법 개정, 2026년도 예산안이 3대 전장으로 꼽힌다. 특히 검찰개혁 문제를 놓고 민주당은 추미애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세워 공격 전선을 구축했고,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을 법사위 간사로 내세워 ‘맞불 라인업’을 갖췄다.
11월 이후 예산안 심사 국면에서는 ‘슈퍼예산’을 둘러싼 재정 논쟁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경제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확장재정”이라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빚잔치”라며 삭감 투쟁을 벼르고 있다.
정청래·장동혁 두 대표 모두 ‘강공 일변도’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 내 협치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야 대표의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3일 특검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정 대표는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 해산심판을 피할 수 없다”며 내란당 해산론을 제기했다.
반면 장 대표는 이를 “정치깡패들의 저급한 공작”이라 규정하면서 “내란 몰이는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일본 순방 직후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도 장 대표가 “단독 회담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실은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을 강조하고 있으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치 전선을 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정 간 온도 차가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굿캅·배드캅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민주당은 당대표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고 대통령실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자세로 중도층을 관리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협치 복원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보다는 대결 구도를 장기화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정청래 대표는 개혁 속도전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동시에 중도층 반발이라는 위기도 내포한다.
장동혁 대표는 ‘반탄파 기수’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강경투쟁이 당의 외연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양날의 검이다.
두 인물의 리더십은 결국 12월 정기국회 종료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정치적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협치가 사라진 국회, ‘정·장 시대’는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실험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와 장동혁 대표 모두 강경한 리더십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도층과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는 지지층 결집 효과보다 정책 성과와 민생 현안 대응이 평가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결 구도만 강조되면 두 당 모두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장동혁, 우원식 의장 면담서 특검 압수수색 우려 전달
- [여야 신(新) 인물 구도②] '반탄 기수' 장동혁, 외연 확장 시험대 올라
- [여야 신(新) 인물 구도 ①] '좌완투수'조국ㆍ'내란척결'정청래...초록은 동색?
- 정기국회 개막… 예산·입법 등 안건마다 여야 충돌 불가피
- [정치전망대] 첫 정기국회 앞두고 '강대강' 여야… 협치 물 건너가나
- 범여권, 나경원 '초선 망언' 징계안 제출… 윤리위 회부 요구
- 민주당, 소상공ㆍ중소기업 애로사항 청취… '민생 드라이브' 가속
- 정기국회 첫 주, 특검 줄다리기 속 여야 '정면충돌'
- 李 대통령, 8일 여야 대표와 회동… 장동혁 대표와 단독 면담도
- 李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대화냐 격돌이냐 갈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