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대신 MRO부터 진입… 전략상선단 확대 겨냥
상선 강점 기반의 실속 전략… 조선3사 행보 '노선 차별화'
미 파트너십·인력 양성센터 추진… 생태계 선점 전략 구상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삼성중공업이 미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전략 행보에 나섰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대규모 투자를 선언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삼성중공업은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기반으로 시장 진입 모색에 나섰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총 265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했다. 이 가운데 상선이 86%(228억달러)를 차지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상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나머지 14%(37억달러)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생산설비 부문이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의 사업 구조가 HD현대와 한화오션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최근 특수선 부문 비중을 늘리고 대미 투자를 강조했지만 삼성중공업은 상선과 플랜트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에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삼성중공업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의 MRO 전문 조선사인 비거 마린 그룹과 동맹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 수요에 대응하고 MRO 분야를 신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비거 마린은 미 해군의 구축함, 연안 전투함, 순양함, 보급함, 병원선 등 다양한 함정의 MRO 경험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공략 대상으로 삼는 분야는 군수지원함 중심의 MRO다. 전투함과 달리 지원함 정비는 상선 제작 기술과 유사성이 높아 특수선 경험이 부족한 삼성중공업도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앞으로 10년 내 전략상선단을 기존 80척에서 250척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략상선단은 평시에는 상선으로 운항하다가 전시에는 군수물자 수송 등 군사 목적으로 전환되는 개념이다. 현행 규정상 전략상선단은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시적으로 한국 등 해외 조선소 건조 허용이 논의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MRO 사업 진출을 상선 발주 확보를 위한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다. 프란체스코 발렌테 비거 마린 대표이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MRO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미국 상선 건조 기회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으로 ▲미국 내 파트너 조선소와 공동 건조 ▲추가 협력 파트너 확보 ▲조선 기자재 클러스터 구축 ▲조선업 숙련공·선원 양성 트레이닝 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 이는 MRO 사업 확대와 함께 미국 시장 내 조선 생태계 기반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행보는 MASGA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투자 계획 대신 미국 파트너십과 MRO 사업 참여를 통해 상선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미국 시장에서 MRO 사업부터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은 상선 분야 강점을 살린 행보”라며 “MASGA 프로젝트와 전략상선단 확대 논의가 본격화되면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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