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비거 마린그룹과 MRO 업무협약 체결
HD현대,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
노동비용·보호무역정책 변수, 부담 요인 될 수 있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무대에 나란히 등장했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가 잇따라 현지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정비·현지화를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구상 ‘마스가(MASGA)’가 가시화되면서 한국 조선사들이 그 틀 안에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진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 비거 마린그룹과 해군 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오리건·워싱턴·캘리포니아·버지니아 등 4개 주에 해군 인증 도크와 수리 시설을 보유한 비거 마린은 미군 정비 분야의 대표적 민간 파트너다.

같은 날 HD현대는 워싱턴DC에서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 MOU를 체결했다.

이 투자 프로그램은 미국 조선업·해양 물류 인프라·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 재건을 목표로 한다. 주요 분야는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이다.

이번 양사 움직임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첫 실행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해군력 강화와 조선업 재건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한국 조선업계는 선박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파트너십·MRO·투자 협력으로 발판을 넓히는 양상다.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해양 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한국 조선사들은 그 과정에서 공급망 파트너로 자리 잡을 기회를 얻는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삼성과 HD현대가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각각 협력 모델을 발표한 건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두 회사의 행보가 한국 조선업계 전체가 미국시장을 전략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신호로 내다봤다.

다만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조선업계와 손잡는 과정에서 높은 노동비용·보호무역 정책·정치 변수 등은 한국 조선사들에게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미 조선소 인수와 운영은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고 노조 협상과 규제 대응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 참여가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여는 동시에 미국 내 정치·경제 변수에 휘둘릴 위험도 안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계가 단순 하청이 아니라 기술·투자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해군 정비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신뢰를 쌓고, HD현대는 투자와 현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적 지분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두 회사의 접근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과정에 한국이 빠질 수 없는 파트너로 각인되는 것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에서 쌓을 성과를 국내 산업 경쟁력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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