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새 두 차례 만나 '뜨거운 포옹' 주목
삼성 숙원 'HBM 엔비디아 공급' 기대감 증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한·미 정상회담이 성료한 가운데, 후속 행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뜨거운 포옹’이 화제가 되며 양사 간 협력에 가속화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황 CEO를 포함한 엔비디아 최고위 관계자를 한 달 새 두 차례 만나는 등 친교를 과시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염원인 5·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도 점쳐진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워싱턴DC로 출국해 한·미 관세 협상을 물밑 지원한 뒤, 황 CEO 및 엔비디아 경영진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후 귀국길 공항에서는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며 엔비디아와 협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속 행사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 회장은 황 CEO와 다시 만났다. 이날 단연 시선을 끈 장면은 이 회장과 황 CEO의 ‘뜨거운 포옹’이였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두 거목의 격의 없는 행동은 행사장 분위기를 녹인 것은 물론, 양사의 돈독한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 12단’을 유독 최종 승인해주지 않아 ‘젠슨 황 삼성 악감정설’까지 업계에 퍼지는 등 양사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HBM3E 12단의 납품을 반도체 부문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올 초에는 엔비디아 관계자가 직접 공장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최종 승인 여부는 2분기가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다음 세대 HBM인 ‘HBM4’ 샘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소식이 나오며 상황이 차츰 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HBM3E 12단 공급도 올해가 가기 전 확정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12단의 주요 고객사 양산 퀄테스트 통과 여부는 9월 말 이후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HBM 공급을 염두에 두고 SK하이닉스와 내년도 물량 가격협상을 예상보다 길게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의 납품 가격을 SK하이닉스 대비 20~30% 낮춰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 회장과 황 CEO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의 공급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삼성전자는 HBM으로 빼앗긴 D램 왕좌를 되찾으려 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3E 12단을 공급받아 주력 AI칩인 ‘블랙웰’에 탑재 중이다. 최근 마이크론이 공급망에 포함되며 SK하이닉스의 독점구도가 깨진 상황이다.

엔비디아로서는 삼성전자까지 참여해 3자 구도를 이루면 가격 협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칩 ‘루빈’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블랙웰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졌지만 HBM4는 적기에 공급을 승인받아 경쟁력을 회복을 목표로 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4의 루빈 내 점유율은 40%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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