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ESS 수요 증가·EV 배터리 수주 등 '청신호'
미국 정책 변동성 등 불안요소 극복이 장기 성장 열쇠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하반기 전망을 밝힌다. 미국 관세 등으로 발생할 전기차(EV) 단기 수요 둔화 등 불안 요소를 넘어 장기 성장을 위한 혁신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와 총 2건, 합계 107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금액, 배터리 종류, 수주 배경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는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총 15조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으로 추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OEM) 계약을 따내고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기를 마련한데 이어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지난 7월30일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43억달러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망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LFP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어 추가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17GWh 수준의 ESS 생산능력이 확보될 것이고 내년부터 추가 생산확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정책 변동이 LG에너지솔루션의 하반기 반등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급됐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이번달 말 이후부터 소멸돼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이 당분간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불확실성에도 전기차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전기차에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되고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보급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자 경험이 축적되면 전기차의 내재 가치가 높아져 전기차 수요의 장기적 성장 모멘텀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성과와 실적에 의미 있는 개선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중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미래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저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는 LFP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급속충전 성능을 차별화한다. 고밀도·고집적 설계에 기반해 자사 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는 LFP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들면서도 에너지 밀도는 30% 이상 개선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028년 핵심 고객사의 차세대 전기차 탑재를 목표로 LMR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를 넘어 내년 이후를 바라볼 장기 성장동력도 준비한다. 이 부사장은 "머지않은 시일 내에 10분 이내 급속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46시리즈와 전기차 파우치 제품에 모두 적용하겠다"며 "비용 혁신을 주도할 건식전극 프로세스는 오창에서 연내 양산성을 확보해 샘플 공급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