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부장 기업, 배터리 3사 R&D 등 선순환 기대
공동화·고용 축소와 거리 멀 듯… 사업 성패 여부 관건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미국 시장 중시 기조가 국내 배터리산업 활성화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배터리산업 특성상 대기업의 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나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겠으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는 8~11일 4일간 열리는 북미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참가한다. 양 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강조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재벌·대기업의 해외투자 확대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수십조원 규모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계획 실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고용감소 등 국내 경제기반의 침식을 초래하고 한국의 안정적인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의 해외유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산업 특성상 배터리 3사의 대미 투자가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한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공동화가 발생하려면 모든 밸류체인이 다 옮겨가야 한다"며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작은 기업까지 데려가기는 어렵고 미국 현지 기업으로 거래선을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SK온의 미국 투자는 한국 협력업체들과 동반 성장을 모색한 사례로 꼽힌다.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공장은 한국산 장비가 전체 장비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SK온의 미국 자체 공장인 조지아 공장의 한국산 장비 비중은 96%이다.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을 중시한다고 해도 국내 고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시장을 중시하는 건 맞지만 방향성을 따져봤을 때 신공장 건설을 통한 인력 충원보다 기존 시설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고용이 감소하거나 특정 지역 사업장 인력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 부문에서 국내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관련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확보했고 미국 내 전력용 ESS프로젝트 수주 계약도 체결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조달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정 지역을 중시하는 것이 타 지역의 중요도나 회사의 관심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배터리 3사의 해외 투자가 해당 기업의 국내 사업에도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관계자들은 "해외 매출도 결국 회사 수익이고 국내 연구개발(R&D)의 밑거름이 된다"며 "국내에 본사와 R&D 시설, 파일럿 라인 위주로 많이 있고 투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정부보조금을 제외한 연구개발비용으로 1조881억원을 지출해 전년 동기 대비 4.89% 증가했다. 전기차(EV) 캐즘 속에서도 2022~2024년 3년간 연구개발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3사가 아직 미국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처음에 생산공장을 지을 때는 수율이 나지 않아 한국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돈이 많지만 생산이 안정화되고 이윤이 발생하면 현지에서 발생한 수익을 한국에 가져와서 R&D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분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이 14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AMPC 제외시 적자를 기록했던 상황을 반전시켰고 이 추세를 이어가고 확대하는 것이 관건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 공략을 성공적으로 해내느냐의 여부가 국내 배터리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ESS쪽 투자가 계속 증가하니 해당 부분을 국내 배터리 3사가 집중 공략하면 좋을 것"이라며 "에너지 인프라 분야는 중국산 사용을 막는 분위기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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