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사용 후 석연찮은 이유로 해고
휴가 기간 두고 상사와 갈등…복직 소송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SK온 미국법인(SK 배터리 아메리카)가 육아휴직(FMLA)을 이용한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피소됐다. 원고는 자신의 FMLA 휴가 사용에 불만을 품은 상사와 갈등 끝에 자신이 해고 됐다며 복직과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 북부 지방법원 게인즈빌 지원에 따르면 앤서니 허진스(Anthony Hudgins)는 SK온을 상대로 노동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조지아주 거주자인 허진스는 2022년 4월부터 SK온에서 일했다. 해고 당시는 전기팀 팀장(Electrical Team Lead)으로 근무했다. 올해 초, 그는 자녀 출산 시 FMLA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회사에 알렸다. FMLA(Family and Medical Leave Act, 가족 및 의료휴가법)은 미국의 대표적인 무급 보호 휴가제도로, 한국의 육아휴직 또는 가족돌봄휴가와 흡사하다. 이 제도를 통해 임직원이 출산, 임양, 간병, 건강 등의 이유로 일정 기간 직장을 떠나도 해고되지 않고 복직할 권리가 보장된다.
허진스는 이 제도를 사용하기 위해 유틸리티 부서 매니저인 존 브루스하버(John Brueshaber)와 HR 담당인 앰버 존슨(Amber Johnson)과 회의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고와 브루스하버 사이에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브루스하버는 허진스에게 무급 FMLA 휴가 대신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유급휴가를 먼저 쓰도록 강제하고 싶어 했다. 다만 법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브루스하버의 압박성 발언이 나오자 존슨은 “회사 규정상 처음 40시간은 유급으로 써야하고 그 이후는 본인 선택”이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이후 브루스하버는 이 회의에서 불만을 품고 존슨과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존슨은 인사팀 내부에 브루스하버에 대한 정식 컴플레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계없이 허진스의 FMLA 휴가는 정식으로 승인됐다.

이후 허진스의 딸은 2025년 2월 21일 출생했다. 휴가 중 원고는 HR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신생아의 건강 문제를 알렸다. 하지만 딸의 건강에 다소 이상이 생겨 치료를 위해 추가 휴가가 필요함을 HR에 알렸고, 관련 서류를 제출한 후 HR 승인을 받았다.이후 그는 전체 12주가 보장된 FMLA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3월 24일에 복귀했다.
복귀 첫날, 브루스하버는 원고를 회의실로 불러 직무 변경을 통보했다. 또 소장에서 허진스는 브루스하버가 팀 앞에서 자신에게 폭언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브루스하버가 허진스의 직무를 변경한 이유는 다른 팀을 제대로 돕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진스와 브루스하버의 갈등은 지속됐다. 4월 4일, 브루스하버는 단체 채팅방에 “매니저: 신입사원들 정말 좋지? 내가 직접 뽑은 인재들이야”라는 밈(meme)을 올렸다. 허진스는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며 그런 메세지를 삼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일이 있고난 후 둘 사이는 악화 돼 브루스하버는 대화 요청도 거절했다.
3일 뒤인 4월 7일, 원고는 유틸리티 HR 담당 파울라 바이어스(Paula Byers)에게 브루스하버의 욕설 및 복귀 직후 직무 변경 문제, 밈 사건 등을 보고했다. 바이어스는 브루스하버의 욕설과 관련해 과거에도 다수의 불만이 있었다고 하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고는 추가 조사 없이 같은 날 HR 담당 바이어스, 임혁(Hyeok Lim), HR 매니저 도널드 콜빈(Donald Colvin)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허진스는 자신의 해고가 FMLA 휴가 사용에 의한 부당한 처우라고 확신하고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허진스는 “FMLA 휴가를 사용한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며 “회사의 불법 행위로 인해 임금·복리후생 손실, 미래 임금 감소, 승진 기회 상실 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FMLA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복직과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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