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달러 안갚고 배우자에 재산 증여한 채무자에 소송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미국 법원에 ‘사해행위’ 소송을 냈다. 지난 2018년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 상급법원 금전판결(약 54만달러와 이자)을 회피하고자 배우자에게 재산을 양도하는 꼼수를 부려서다.
현지시간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중부 지방법원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채무자인 전 모씨와 그 배우자를 상대로 통일무효거래법(UVTA) 및 사해양도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무상이전의 사실성과 시점 ▲이전 후 점유·통제 유지 ▲지급불능 여부 ▲배우자의 ‘선의·상응가치’ 항변 가능성이다.
소장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2018년 6월 1일 LA카운티 상급법원에서 53만9147.10달러와 법정이자를 인정받는 금전판결을 확보했다. 이후 7년 넘게 채무 변제를 받지 못했다. 그 사이 독촉장과 통지를 수차례 보냈고, 발송지로 사용된 주소가 전 씨의 단독주택이다. 이 주택은 1995년부터 전 씨가 소유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문제는 지난해 3월 12일 전후에 일어났다. 예금보험공사는 전 씨가 해당 주택을 배우자에게 ‘가족 간 이전’ 형태로 무상 이전했고, 이전 후에도 본인이 동일 주택에 거주하며 사용·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적시했다. 또 전 씨에게 주택 외 ‘유의미한 자산’이 없고, 이번 이전으로 지급불능(채무초과)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 주택의 시장가치는 100만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예금보험공사는 보고 있다.

사해행위 소송에서 원고가 직접 ‘기망의사(Actual intent to hinder, delay, or defraud)’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 주법인 UVTA는 여러 정황사실 일명 배지(badges of fraud)를 종합해 ‘사해성’을 추인한다. 예금보험공사는 대표적 배지를 거의 빠짐없이 짚었다.
예금보험공사는 배우자는 내부자의 전형으로, 이런 내부자로 이전이 사해성 의심을 강하게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상 이전을 전면에 세웠다. ‘상응가치(reasonably equivalent value)’가 없었다면 ‘구성적 사해’(constructive fraud)가 성립할 수 있어서다. 또 명의만 넘기고 실사용·이익이 그대로라면 사해성 판단에 불리한 점도 적용했다.
이와 함께 예금보험공사는 이미 금전판결이 존재하고, 집행 압박이 예상되는 시점에서의 이전을 두고 ‘집행 회피’ 의도를 강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택이 사실상 유일한 유의미 자산이라면 이전 자체가 채무초과를 만들거나 심화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예금보험공사는 앞선 배지를 사실관계로 엮어 ▲실제적 기망의사에 의한 사해이전 ▲상응가치 부존재와 지급불능이 결합된 구성적 사해를 모두 주장했다. 소장에는 UVTA 위반과 함께 사해양도 청구도 병합돼 있다. 이에 따라 이전 취소(무효 확인),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 권한 확인(압류·경매), 손해배상·이자·소송비·변호사보수 등을 청구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집행 전략에서 부동산 담보력을 초점에 뒀다. 소장대로라면 전 씨의 자택 시가가 100만달러를 상회하며, 선순위 채권과 홈스테드 면제, 매각비용을 다 제하고도 판결원금과 이자, 비용을 충당할 여지가 적지 않다. 또한 채무자가 장기간 ‘무대응-무변제’ 패턴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원고로선 부동산을 통한 회수가 가장 현실적인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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