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하나로 여러 기기 제어하는 기술
TV업계 이미 널리 쓰이는 ‘표준’에 가까워
표준기술 특허권 행사 논란…기업에 리스크로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미국 컨트롤 싱크 시스템즈(Control Sync Systems, 이하 컨트롤싱크)가 LG전자 미국 법인을 상대로 ‘심플링크’(Simplink) 기능이 특허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걸었다. 이 기술은 이미 모든 TV 제조사가 사용하는 업계 표준에 해당돼, LG전자는 표준에 대한 과도한 특허권 사용을 방어논리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리모컨으로 여러 기기 제어하는 기술 두고 소송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州) 지방법원 뉴아크 지원에 따르면 컨트롤싱크는 LG전자가 자사가 보유한 미국 특허번호 7,812,889(이하 889)를 침해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 따르면 889 특허는 ‘디스플레이·재생 디바이스를 동기화를 통해 제어하는 시스템’이라는 제목으로 2010년 10월 정식으로 특허가 발행됐다. 컨트롤싱크가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
이 특허의 주된 내용은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여러 장치를 하나의 리모컨을 통해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컨트롤싱크는 “여러 기기의 리모컨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특허는 제어 받는 모든 기기의 화면에 표시되는 메뉴, 볼륨바 등 파라미터 그래픽·사용자 인터페이스(UI)까지 전부 동일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LG전자 심플링크는 단순 제어만 가능하고 UI 통일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특허는 특별한 호환성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심플링크는 HDMI-CEC 표준을 활용해 기능을 실행한다는 제한을 뒀다.

LG전자가 내놓은 심플링크 기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출시된 LG TV·홈시어터·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들에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넷플러스(Anynet+), 소니의 브라비아 싱크(BRAVIA Sync), 파나소닉의 비에라 링크(Viera Link) 등도 동일한 기능을 갖췄다.
컨트롤싱크는 LG전자의 TV 라인업인 QNED·올레드·나노셀 시리즈의 심플링크가 특허의 청구항(claim) 1, 2, 10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G전자 TV가 ▲디스플레이 장치 내부의 OSD(온스크린 디스플레이) 시스템 ▲신호를 데이터화하는 인코딩·디코딩 모듈 ▲HDMI 케이블을 통한 데이터 전송 ▲외부 기기의 신호 해석 및 파라미터 제어 등 889 특허가 규정한 알고리즘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컨트롤싱크는 “LG전자의 침해행위는 미국 전역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고 있다”며 법원에 ▲침해 확인 판결 ▲손해배상 ▲합리적 로열티 지급 ▲침해행위 가처분 및 금지 명령 등을 요청했다.

이번 소송을 건 컨트롤싱크는 특허권을 행사해 수익을 일으키는 특허관리형법인(NPE)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 뿐만 아니라 소니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걸었다. 사실상 로열티를 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컨트롤싱크의 889 특허가 LG전자의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HDMI-CEC를 이용한 리모컨 제어 방식이 이미 널리 알려진 표준 기술이기 때문에 LG전자가 미 특허심판원(PTAB)에 특허무효심판(IPR)을 청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여기에 LG전자 뿐만 아닌 삼성전자,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샤프, 도시바, 히타치 등 주요 TV 업체들이 모두 심플링크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에 컨트롤싱크 측은 LG전자가 독자적으로 침해 의도를 가졌다고 재판에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기술 특허화 논쟁…글로벌 기업 리스크로
한편, 표준기술과 특허권이 충돌해 발생하는 법적 분쟁은 전자·기술 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등 산업 컨소시엄은 통신, 영상, 전력 규격을 정한다. 여기에 표준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는 표준필수특허(SEP)로 분류해 로열티에 제한을 둬 특허 사용 기업의 과도한 지출을 막는다.
이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17년 발생한 애플이 퀄컴이 소유한 5G 모뎀 관련 SEP 특허를 규정을 따르지 않고 로열티를 너무 비싸게 책정했다며 소송과 함께 아이폰에서 빼버린 사건이다. 애플은 동시에 인텔의 모뎀을 대안으로 사용했다. 그러자 퀄컴은 애플이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고 맞고소를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중국, 독일 등 일부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중단 위기가 발생했다.
이후 양사는 2년간의 소송 끝에 2019년 극적 합의하며 애플이 퀄컴에 무려 10조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결과가 나왔다. 애플은 다시 퀄컴 모뎀을 사용하기로 했고 그 즉시 아이폰에서 퇴출된 인텔은 스마트폰 모뎀 사업에서 철수했다. 훗날 인텔 모바일 사업의 몰락을 결정지은 기점이 됐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에 제기된 이번 소송은 업계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 온, 사실상 표준에 대한 권한 행사라는 점에서 판례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판에서 특허가 정당하게 인정받아 로열티를 지급할 가능성도 있어 LG전자도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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