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SMS 사용료 2만8600달러 파산으로 미수금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KT 분당사옥(사진=연합뉴스)
KT 분당사옥(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미국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한 국제 도매통신사 브로드밴드 텔레콤 사건에 KT의 미수금이 ‘분쟁 중’ 채권으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총액은 2만8547.93달러(약 4000만원)로, 법원이 ‘채권 신고’ 절차와 회생계획 심리를 진행하는 동안 회수 가능성과 배분 순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현지시간 지난 9일 미국 뉴욕주(州) 동부 파산법원에 제출된 채무자 측 자료에 따르면 브로드밴드 텔레콤이 거래처별 무담보채권(거래채무)을 정리한 목록에 “KT Corporation(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불정로 90)”의 미수금 2만8647.93달러가 기재돼 있다. 다만 ‘분쟁(Disputed)’으로 표시돼 있어, 채무자가 전액 또는 일부를 다투고 있음을 시사한다.

채무자 측은 브로드밴드 텔레콤(도매 VoIP), 브릿지보이스, 비비 서비스, 캐리옥스 계열 2곳 등 6개 법인이 지난 8월 12일 동시 파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통합관리되며, 존 바움가트너를 구조조정총괄(CRO)로 선임해 초기 대응을 맡겼다.

채무자 설명에 따르면 두 핵심 영업법인(브로드밴드 텔레콤·브릿지보이스)은 전 세계 음성 트래픽을 도매로 중계하는 ‘국제 도매통신(wholesale VoIP)’ 사업을 운영해 왔다. 발신 사업자와 도착지 통신사 사이에서 트래픽을 연결하고,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뒤 계열 특수목적기업(SPV)이 이를 팩토링하는 구조다.

이 기업들은 유동성 악화 속에서 지난해 8월 체결된 신용계약 관련 연체·채무불이행 통지(7월 21~23일)가 잇따랐다. 이에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지난 8월 8일자로 자산이전·매출채권 매입·5000달러 초과 거래를 제한하는 임시금지명령(TRO·가처분)을 내리면서 영업이 사실상 동결됐다. 이 때문에 채무자는 12일 연쇄적으로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브로드밴드 텔레콤이 현지시간 9일 뉴욕 동부 파산법원에 제출한 무담보채권 자료에 KT가 분쟁으로 포함돼 있다. 사진=뉴욕 동부 파산법원
브로드밴드 텔레콤이 현지시간 9일 뉴욕 동부 파산법원에 제출한 무담보채권 자료에 KT가 분쟁으로 포함돼 있다. 사진=뉴욕 동부 파산법원

신용계약에는 담보·행정대리인과 대출자가 관여하며, 이 기업들의 자산 전반에 담보권이 설정돼 있다. 한편 델라웨어 소송의 청구원인에는 사기, 계약위반, 부당이득, 공모 등  상법·불법행위 쟁점이 폭넓게 포함돼 있어, 파산절차와 병행해 법적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채무자 문서에 따르면 무담보부채의 대부분은 도매통신 거래처에 대한 ‘외상 매입금(Accounts Payable)’이다. 브릿지보이스의 외상 매입금 총액은 약 3617만 달러, 브로드밴드 텔레콤은 총 약 2985만 달러로 기재됐다. 이 가운데 KT의 채권은 ‘무담보·거래채권’ 군에 속하며, 분쟁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채무자가 금액·채무 성질·기일 등 중 일부를 다투고 있음을 의미한다.

채무자의 핵심 자산은 ‘매출채권’과 현금이다. 채무자 측은 자동중지로 확보한 시간 동안 매출채권 회수와 제한적 영업 유지로 가치를 보전하고, CRO 주도로 채권단 신뢰를 회복해 계획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실제 신청 후 30일 전망치에서 브로드밴드 텔레콤은 미수금 1032.6만 달러, 브릿지보이스는 289.3만 달러가 기재돼 있다. 이는 단기간 회수에 성공할 경우, 일부 거래채무 정리와 영업 안정화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KT 측은 국제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이용료이며 회수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해당 파산한 기업들에 별도의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서비스 이용한 것에 대해 미납 금액이 고정돼 있고, (채무자 측이) 해당 미수금을 문제없이 지불 예정임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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