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 관계사, 13세 소녀 고용 의혹
미 노동부 장관 직접 원고 나서 소송 제기
현대차 항변했으나 지방법원장 최종 승인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사진=현대차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법인(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 이하 현대차)와 부품 관계사 스마트 앨라배마(Smart Alabama, 이하 스마트)가 13세 소녀를 고용했다는 혐의를 두고 미 노동부와 정식으로 재판을 다투게 됐다. 지방법원장은 이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정식 재판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북부지원 에밀리 C. 막스(Emily C. Marks) 지방법원장은 현대차와 스마트가 제기한 소송 각하 신청을 기각하고, 미국 노동부가 제기한 아동노동 관련 금지명령 청구를 본안 심리로 넘겼다. 다만 함께 피고에 이름을 올렸던 베스트 프랙티스 서비스(BPS)는 이미 폐업했으므로 소송에서 제외 시켰다. 

로리 차베스 드레머(Lori Chavez-DeRemer) 미 노동부 장관이 직접 원고로서 소송에 참여한 이번 사건은 이로써 본안 소송에서 재판이 진행되게 된다. 앞서 2024년 5월 미 노동부는 장관 명의로 현대차와 스마트가 공정근로기준법(FLSA)상 아동노동 조항 위반 혐의가 있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현대차는 노동부 장관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사건을 반려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스테픈 M. 도일(Stephen M. Doyle) 치안판사는 현대차의 주장을 기각하며 상위 재판부로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권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날 막스 지방법원장은 도일 치안판사의 보고서를 검토 후 논리를 조금 다듬어 결정문을 작성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측의 주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대체적인 사실 관계도 사건의 진행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13세 소녀 ‘EC’가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스마트 루버른 공장에서 금속 성형 기계를 조작하며 주 50~60시간 근무했다는 사실, 실종 신고, 발견된 경위가 구체적인데다가, “공장 내 아동노동이 광범위했다”는 전직 근로자가 로이터통신에 털어놓은 진술을 신빙성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막스 지방법원장은 “현재 위반이 중단됐더라도 재발 위험이 남아 있고, 공익상 불법 여부의 사법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재판의 적합성을 밝혔다. 

판결문 1면. 사진=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북부지원
판결문 1면. 사진=미 앨라배마주 중부 지방법원 북부지원

또 현대차가 주장한 노동부 장관의 헌법상 원고 적격성에 대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현대차·스마트는 소송이 제기됐을 당시 줄리 수(Julie A. Su) 노동부 장관 대행이 ‘대행’ 신분이었기 때문에 임명조항(Appointments Clause) 위반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무대행의 소 제기 관련 하급심 판례들이 있으므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행정부 하자의 가능성이 사법부 관할 자체를 무효화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스마트의 ‘몰랐다’는 항변도 현재 단계에서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스마트 측이 아동이 공장 내 금지 업무에 투입된 이상 모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의 경우 스마트 지분 72.45%를 보유 했고, 1억달러 이상 대출해 줬으며 설비를 제공한 점, 감사 진행, 임직원 겸직 등 실질적 지배·통제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조사·감독 의무가 있었고, 실체는 본안에서 다툴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막스 지방법원장은 BPS는 폐업으로 소송 실익이 없다고 했다. 그는 “BPS는 이미 영업을 중단했고 원고의 손해를 시정하지 못한다”며 “구제가능성 결여로 피고에서 제외하며, BPS 임직원 개인에 대한 금지명령 확장도 실효성이 없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법원장의 판단에 따라 현대차는 ‘아동노동’이라는 현시대에 극히 드문 사건에 대해 재판을 치르게 됐다. 특히 미 노동부 장관과 직접 소송을 펼친다는 점에서 향후 심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미 노동부는 추후 사실심리·증거개시 등의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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