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계량기 업체 아이트론, 배터리 결함 주장
배터리 공급사 비츠로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제품 신뢰성 방어 위해 재판에 총력 기울일 듯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미국 계량기 업체 아이트론(Itron)이 자사의 전기 계량기에 탑재된 배터리가 예상수명에 크게 못 미쳐 조기 고장 났다며 한국 배터리 제조사 비츠로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트론은 피해 금액이 793만달러(약 110억원)에 이르며, 비츠로셀은 이를 보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동부 지방법원에 따르면 아이트론은 비츠로셀에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트론은 “공급받은 리튬 배터리가 조기 고장을 일으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소장에 따르면 아이트론은 지난 2015~2017년 약 460만개의 리튬 배터리를 비츠로셀로부터 공급받아 자사 전력계량기 ‘오픈웨이’(OpenWay) 제품에 탑재했다. 오픈웨이는 설계상 20년 이상 사용을 전제로 했으며, 비츠로셀도 최소 20년 보증을 확약했다. 구매계약서에는 비츠로셀이 결함 발생 시 전면적 책임과 배상 의무를 진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아이트론은 고객들로부터 3~5년 만에 미터기가 고장 난다는 불만을 접수하기 시작한다. 주요 오류는 배터리 저전압 경고와 ‘치명적 에러 5’(Fatal Error 5) 메시지였다.
이에 아이트론은 원인 조사팀을 구성해 자체 조사에 나섰고, 비츠로셀 배터리의 자가 방전(self-discharge) 증가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 사실을 비츠로셀에 통지·공유했다. 결국 2020년 아이트론은 고객사와의 계약 이행을 위해 교체와 보상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지출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손해만 793만달러에 달한다.
아이트론은 소장에서 비츠로셀이 계약 제7조(면책·배상조항)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재산손해, 영업손실, 지식재산권 침해 등 모든 손해에 대해 판매자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심지어 구매자의 과실이 일부 원인일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 아이트론은 워싱턴주법상 모든 계약에 부과되는 ‘신의성실 및 공정거래 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결함 배터리 공급과 손실 배상 거부 자체가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논리다.
아이트론 측은 “비츠로셀이 공급한 배터리는 예상 수명 20년에 한참 미달했다”며 “수차례 배상 요청 및 계약상 의무에도 비츠로셀은 손실을 면책·보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트론은 법원에 ▲손해배상금 최소 793만달러 및 이자 ▲소송비·변호사비 전액 배상 ▲기타 적절한 구제조치를 요청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 비츠로셀은 리튬일차전지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기업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80%를 넘기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인 5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번 소송의 원인이 된 스마트 계량기에 들어가는 리튬-염화티오닐(Li-SOCl2) 전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비츠로셀은 북미, 유럽, 인도 등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소송 리스크에 휘말리며 제품 신뢰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재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원고인 아이트론은 미 나스닥에 상장된 워싱턴주 스포켄(Spokeane)에 본사를 둔 에너지·계량기 전문 기업이다. 특히 전기, 가스, 수도 등의 사용량을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수집하는 스마트 계량기 제조 분야 글로벌 톱 티어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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