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도탄 합작법인 설립…잠수함·수상함 현지 맞춤 전략
현대로템·KAI, 전차 생산·전투기 MRO로 '육·공' 공략 가속
러-우 전쟁 후 군비 증강…EU '바이 유러피언' 기조 대응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를 거점 삼아 유럽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연장로켓 유도탄부터 수상함, 전차,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육·해·공 전 분야에서 합작법인(JV) 설립, 공동 생산, MRO(유지·보수·정비) 센터 구축에 나서며 ‘유럽 방산 블록화’라는 진입 장벽을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일부터 5일(현지시간)까지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서 현지 방산업체 WB그룹과 유도탄 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 천무 다연장로켓의 수출형 모델인 ‘호마르-K’에 탑재되는 80㎞급 유도탄을 현지 생산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생산 품목을 늘려 다른 유럽 국가 수출까지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한화오션은 오르카(Orka) 잠수함 사업 참여를 위해 3000t급 KSS-III 잠수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1억달러 규모 현지 MRO 센터 투자를 약속했다. 연안경비함·고속정·무인수상정 등 현지 맞춤형 수상함 솔루션도 제안하며 폴란드 조선소와 공동 건조 협력망을 넓히고 있다.
육상 전력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이 K2 전차 1000대 기본계약 가운데 360대 납품을 확정 지은 상태다. 최근 체결한 2차 계약분 261대 중 일부(61대)는 폴란드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PGZ 산하 부마르가 조립을 담당한다. 남은 640대 추가 수주도 현지화 전략으로 노린다.

항공 분야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FA-50 경공격기 MRO 센터 설립을 검토 중이다. 2022년 계약한 48대 중 12대를 이미 인도했고 올 상반기 유럽 법인도 신설했다. 유지·보수 네트워크를 현지에 두고 후속 시장 확대를 겨냥한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의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속화된 폴란드 군비 증강이 있다. 폴란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상을 국방비로 배정했고 내년에는 4.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한국 방산 수출의 40% 이상이 폴란드에서 발생한다.
또한 유럽연합이 1500억유로 규모의 무기 공동 구매 기금 ‘세이프(SAFE)’를 신설하며 역내 업체 우대를 강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부품의 65% 이상을 회원국에서 생산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역외 기업이 단독 진출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역내 업체 중심으로 시장을 봉쇄하는 상황에서 한국 방산업체들이 JV 설립이나 공동생산, 현지 MRO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에 뿌리내려야만 중장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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