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중동 대형 계약, 'K-방산' 글로벌 위상 강화
사우디 현지화·합작법인 요구, 수출 전략 전환 불가피
폴란드 의존·금융·기술 한계… 지속 성장 해법 필수적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한국 방위산업 유럽과 중동에서 잇따라 대형 계약을 따내며 글로벌 무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노르웨이는 독일산 무기를 제치고 세 차례 연속 한국산 자주포를 선택했고, 중동에서는 K2 전차의 수조원 규모 대형 계약이 성사 직전에 있다. 

그러나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과의 뒷받침이 될 기술 자립, 금융 지원, 현지화 전략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한다면 이번 호황이 일시적 특수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맞춤형 전략 성과… 유럽·중동 동시 공략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8일 노르웨이 국방물자청과 K9 자주포 24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24문, 2022년 4문에 이어 세 번째다. 

혹한의 북극권 국경지역에 배치될 이번 물량은 나토(NATO) 방위 최전선 전력으로 쓰인다. 노르웨이가 유럽산 무기 우선주의에도 다시 K9을 선택한 배경엔 극한 환경에서 입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자리 잡았다.

K9은 이미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방산 계약의 특성상 집계에 차이가 있지만, 2000년대 이후 글로벌 155㎜ 자주포 수출에서 K9 비중이 50%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527문 가운데 K9이 48%였다.

중동에서는 K2 전차가 ‘메가딜’을 눈앞에 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중동 국가와 K2 전차 250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며, 금액은 약 9조원 규모다. 지난해 폴란드 계약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수출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구난·교량·탄약운반 차량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전략이 통했다.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원스톱 솔루션’을 요구하는 중동 고객들의 수요를 정밀하게 겨냥한 것이다.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장관과 만나 사우디의 국가발전전략인 '비전2030'의 안보 및 경제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한화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장관과 만나 사우디의 국가발전전략인 '비전2030'의 안보 및 경제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한화

◆사우디의 현지화 압박… JV카드 부상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방산업계가 주목하는 ‘최대 격전지’다. 국방비 지출은 연간 100조원 수준에 달하며, 중동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국방 지출의 절반 이상을 현지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단순 수출로는 한계가 있고 합작법인(JV), 기술 이전, 현지 고용 창출을 결합한 방식이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수요를 겨냥해 이미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사업 총괄 법인을 세웠고,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JV 설립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폴란드 방산업체 WB그룹과 유도탄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며 유럽 내 확장도 모색했다. 업계는 “중동 고객들이 현지 생태계를 갖추려는 수요가 큰 만큼, 단순 수출에서 JV와 현지 고용으로의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방위산업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사진=황명선 국회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방위산업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사진=황명선 국회의원실 제공

◆기술·금융 리스크 '여전'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는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폴란드 의존도다. 2020년 이후 공시된 444억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 중 폴란드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실제로 정권 교체 이후 신규 정부가 계약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던 사례처럼, 정치적 변수에 따라 실적이 흔들릴 위험이 높다.

정책금융의 한계도 지적된다. 방산 수출은 대부분 정부 간 협정(G2G)으로 이뤄져 금융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 수출입은행은 특정 국가 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40% 이하로 제한한다. 

지난해 폴란드 2차 계약에서는 금융 지원 한도 부족으로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군사재정지원(FMS) 프로그램으로 프랑스는 국가 전략산업에 차별화된 금융 지원을 하고 있어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금융·세제 지원과 첨단 무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회도 방위산업특위를 발족해 제도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실질적인 금융 지원과 연구개발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재무장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중동의 현지화 요구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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