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폭탄'
백악관은 "신규 적용만" 해명 나섰지만
무비자입국(ESTA) 수수료도 2배 올려
한미 비자협상서 전략 변경 불가피할듯
외교부 "영향 종합적 파악⋯美와 소통"
상의, "긴장 늦출 수 없어⋯제도 개선 필요"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미국이 전문직 비자 H-1B 수수료 대폭 인상에 이어 무비자입국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수수료까지 2배로 올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이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잇단 ‘비자 장벽’에 현지 진출 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H-1B 전문직 비자 프로그램 남용이 미국 고용시장과 국가안보를 훼손했다며, 새로운 조건으로 H-1B 청원서(petition)를 제출할 때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지불(payment) 이 동반돼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는 기존 비자 수수료인 1000달러(약 140만원)의 100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8월 미국 국토안보부(DHS)도 의회가 7월 통과시킨 H.R.1 예산조정 법률에 따라 새로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수수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무비자 방문에 필요한 전자여행허가(ESTA) 수수료는 9월 30일부터 21달러에서 40달러로 인상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ESTA 허가는 무비자 프로그램 하에서 미국을 방문하려는 B-1(상용) 또는 B-2(관광) 방문객에게 요구된다.

앞선 H-1B 전문직 비자 수수료 증가 발표가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 적용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직원을 다수 고용한 미국 기업들은 해외 체류중인 H-1B 비자 보유 직원에게 급히 귀국을 지시하는 등의 혼란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의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실제로 새 규정이 발표되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이 해외 체류 중인 기존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이날까지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강력 권고하고 당분간 미국 내에 체류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대혼란이 발생하자 백악관이 뒤늦게 새 방침이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는 연간 수수료가 아니다. 신청 때만 적용되는 일회성 수수료"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H-1B 비자를 소지하고 있고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사람들에게는 (미국에) 재입국할 때 10만 달러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H-1B 비자 소지자는 평소와 동일한 범위에서 출국 및 재입국이 가능하다. 전날 발표된 행정명령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빗 대변인은 아울러 "이번 조처는 새로운 비자에만 적용되며 갱신이나 기존 비자 소지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비자 정책이 ‘자국 우선주의’로 더욱 치우치면서 한미 간 비자 협상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조지아주(州)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구금 사태 이후 우리 정부는 기존 H-1B 비자의 한국인 몫을 늘리는 방안도 협상안으로 고려해 왔으나 전략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도 “미국의 발표를 주목하고 있으며 구체 시행 절차 등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교부는 “정부는 이번 조치가 우리 기업과 전문직 인력들의 미국 진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미측과 필요한 소통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2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상의회관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계인 국제통상위원장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비자 문제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 기업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시장에 진출 시 초기 운영 인력이 다수 필요하지만, 신속 발급이 가능한 ESTA나 B1 비자는 현지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H-1B는 쿼터 제한과 긴 발급 절차로 제약이 크다“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전문 인력에는 별도 비자를 신설하고 쿼터 확대와 발급 절차 단축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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