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도 미국은 거리두기
전략적 모호성 유지, 트럼프 발언에 안도감 속 불안감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포기할 것을 압박하던 그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영토 탈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자 유럽에서는 안도감과 동시에 의구심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시간과 인내, 재정 지원이 충분하다면 전쟁이 시작됐을 때의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가능한 선택지”라며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의 지원에 힘입어 전쟁에서 승리해 원래 형태로 자국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발언이 실제 미국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 역할은 줄이고 유럽 책임은 강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국제안보책임자 닐 멜빈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우크라이나와 유럽 외교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멜빈 박사는 트럼프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미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방 당국자들도 이번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원은 이제 유럽의 몫’이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멜빈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으며,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근본적으로 지난 8개월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럽의 신뢰가 낮아졌으며, 이번 발언 또한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제재를 설득해왔지만, 미국에 대한 유럽의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며 “아무리 고무적인 발언이라도 그의 말에 대한 신뢰는 턱없이 낮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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