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첨단 HBM 생산 계획 발표
중국 정부 지원아래 HBM 자립 의지
공급과잉 우려… 삼성·SK 파이 뺏기나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중국 전자·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인공지능(AI) 칩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AI 공급망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첨단 HB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이 세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기반으로 중국이 빠르게 HBM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자체 연례 행사인 ‘화웨이 커넥트’에서 향후 차세대 AI 칩에 자체 개발한 HBM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HBM은 내년부터 신형 AI 칩인 ‘어센드(Ascend) 950PR·DT’ 등에 적용한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어센드 950PR에는 ‘HiBL 1.0’을, 이어 4분기 출시되는 어센드 950DT는 ‘HiZQ 2.0’을 각각 탑재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필요한 성능과 효율에 맞춰 자체 HBM을 제작해 자사 칩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먼저 HiBL 1.0의 경우 128GB(기가바이트), 대역폭은 1.6TB/s 수준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화웨이는 “이 제품은 최신 HBM3E나 HBM4E보다 비용 효율적”이라며 “고객이 투자를 줄이면서 적정 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HiZQ 2.0’은 144GB 메모리와 4TB/s의 메모리 액세스 대역폭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칩은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고성능 모델이다.
여기에 이어 화웨이는 2027년 4분기 ‘어센드 960’를, 2028년 4분기 ‘어센드 970’을 내놓겠다는 로드맵을 만들었다.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며 컴퓨팅 성능이 2배씩 향상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중국은 현재 레거시(범용) 구형 메모리에서는 강세를 보였지만 최첨단 기술력이 투입된 HBM 시장에서는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첨단 HBM 생산을 구체화하며 중국 AI 반도체 자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통제로 HBM 확보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HBM을 1000만개 이상 대량 조달하는 등 상황이 긴급한 처지다.
만약 중국 메모리 업체가 HBM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주도하는 HBM 시장은 격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의 발표에 앞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현재 구형 축에 속하는 4세대 ‘HBM3’의 양산에 돌입했고, 내년에는 5세대 ‘HBM3E’ 기술도 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어 2027년부터는 글로벌 HBM 공급이 과잉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HBM의 초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980억달러(약 137조원) 규모에서 2026년 1700억달러(약 237조원)으로 7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7년부터는 중국의 시장 참여로 HBM 공급이 폭증해 가격 하락이 이뤄져 메모리 시장은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테크인사이트는 내다봤다. 2028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매출 규모는 1680억달러 규모로 정체 또는 줄어들 것이며, 판매가격 또한 25%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HBM 기술 추격과 양산이 본격화 된다면 시장 과잉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중국 기업들이 기술 추격을 가속화하며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