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텔콤벤쳐스, 지난해 8건 특허침해 소송
삼성전자, 소송 방어 위해 특허무효심판 청구
특허청, 삼성 청구 반려…“본안 소송과 중복”
지방법원 소송에서 직접 특허무효성 입증해야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텔콤 벤처스(Telcom Ventures, 이하 텔콤)와 특허 침해 소송에서 초기 난관에 빠졌다. 미 특허청(USPTO)에 특허무효심판(IPR)을 청구했지만, 모두 반려되고 IPR을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다. 이에 양측은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본안 재판에서 치열하게 특허 유효성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텔콤, 8건의 결제 시스템 특허 침해로 소송걸어
지난 10일(현지시간) USPTO 칼얀 데쉬판데(Kalyan K. Deshpande) 행정특허판사는 텔콤이 소유한 8건의 특허를 무효화 해달라는 삼성전자 측 요청을 기각했다.
이 8건의 특허는 미국 특허번호 11,937,172, 10,219,199, 9,462,411, 10,674,432, 9,832,708, 11,924,743, 11,770,756, 12,028,793으로 근접 통신, 지문 인식, 스마트폰 금융거래 시스템, 2단계 보안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해 8월 텔콤은 텍사스주(州) 동부 지방법원 마샬지원에 삼성전자가 이 8개의 특허를 도용했다며 고소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이 특허들을 활용해 삼성페이와 삼성월렛 등 각종 금융 애플리케이션(앱)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텔콤은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한 근거리 무선 통신(NFC)·자기보안전송(MST)·생체인증 기반 결제 및 모바일 모드 전환 기술 등은 우리 기술”이라며 “갤럭시 S5부터 S24 시리즈, 노트·폴드·플립 전 시리즈 등 삼성전자가 출시한 다수의 모바일 기기들이 침해 제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텔콤은 재판부에 “삼성전자는 특허의 존재를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침해했다”며 ▲침해 확인 판결 ▲손해배상 ▲영구금지명령 ▲로열티 등을 요구했다.
◆특허무효심판 개시 거부…“지방법원과 일정 충돌”
삼성전자 측은 이 특허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올해 초 USPTO에 8개 특허 전부에 대해 IPR을 신청했다. USPTO는 통상 IPR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개시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검토를 먼저 진행한 후, 특허 유효성에 오류 가능성이 있을 경우 IPR을 개시한다.
만약 IPR이 개시되고 특허가 무효화 판정이 나면 피소된 측은 본안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또 IPR은 당사자가 아닌 미국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이 직접 특허 유효성을 검증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확보되고 소송 비용이 낮아진다.
하지만 이날 USPTO는 삼성전자의 IPR 요청에 대해 ‘심리 개시 거부’(discretionary denial of institution) 결정을 내렸다.

데쉬판데 판사는 “IPR을 개시하게 되면 최종 결정 예정일은 2026년 12월”이라며 “반면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본안 소송 재판 일정은 2026년 6월 개시 예정이고 10월 경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돼 IPR 결정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IPR과 본안 소송이 동시에 흘러가면 절차 중복, 비용 증가, 불일치 판결 위험이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법원이 소송을 정지(stay)해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8개 특허가 등록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적·기술적 실수가 일어나 애초에 등록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이에 따라 IPR 심리 개시를 거부한다”고 확정했다.
◆삼성전자의 무효화 전략 차단…텔콤에 ‘초기 승리’
이번 결정으로 텔콤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공세를 일단 방어하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8건 중 단 한건의 IPR도 진행되지 않으며, 삼성전자는 본안 소송에서 직접 특허의 무효성을 규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USPTO가 이유로 내세운 지방법원 절차와의 중복 가능성에 따라 IPR 개시를 자제하는 것은 속칭 ‘핀티브(Fintiv) 기준’이라고 불리며, 2020년 애플과 핀티브의 소송에서 등장한 판례다.
이후 USPTO는 이 핀티브 기준을 적용해 지방법원을 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IPR 거부를 통해 행정 과부하도 줄여가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미국 헤드워터 리서치(Headwater Research)와의 특허 소송에서 IPR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지방법원 본안 소송 및 항소심 중심의 방어 전략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에 소송을 건 텔콤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모바일 통신·결제·생체인증 관련 기술에 대한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특허 관리형 법인(NPE)으로, 발명가인 라젠드라 싱(Rajendra Singh)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현재 애플에도 애플페이를 문제 삼으며 동일한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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