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기·유압 구조 지적… 착륙장치·배터리 마비 주장
유가족 "조종사 과실 아닌 시스템 결함"… 참사 책임 규명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제주항공 2216편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미국 법정에서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 측은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조종사 과실이 아닌 항공기 시스템 결함이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며 “보잉의 낡은 기술과 이윤 중심 경영이 179명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원에 손배소 제기… "조종사 아닌 보잉 책임"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애틀의 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그룹(Herrmann Law Group)을 통해 미국 워싱턴주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워싱턴주는 사고 항공기가 제조·판매된 곳으로, 이번 소송은 보잉만을 피고로 한 단독 제소다.
유가족을 대리하는 찰스 허만 변호사는 사고 당시 제주항공 7C2216편(보잉 737-800)이 무안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연쇄적인 시스템 고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엔진 왼쪽은 정지했고 오른쪽은 추력이 55%로 떨어졌으며 발전기는 교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고 배터리 백업 전원도 작동에 실패했다”며 “전기 버스 크로스타이(전원 연결장치)는 반응하지 않아 비행 데이터기록장치(FDR),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트랜스폰더가 동시에 멈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플랩, 슬랫, 스포일러, 랜딩기어 등 착륙 감속 장치도 전개되지 않아 조종사들은 정상적인 제동을 수행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허만 변호사는 간담회에서 보잉의 전기 시스템이 완전히 작동을 멈추면서 조종사들이 착륙 수단 자체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숙련된 조종사들이 모든 시스템이 무력화된 상황에서도 활주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기체 결함으로 인해 정상적인 착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보잉이 이번에도 조종사 과실로 책임을 돌리는 낡은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며 조종사들은 승객과 함께 목숨을 잃은 희생자라고 비판했다.

◆보잉의 결함과 경영문화 퇴행 지적
소장에는 보잉의 구조적 결함과 함께 경영문화의 퇴행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유족 측은 “보잉은 1968년 첫 737기부터 2009년 제작된 사고 항공기까지 전기·유압 시스템을 현대화하지 않았다”며 “이윤 추구를 위해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7년 맥도넬더글러스를 인수한 뒤 경영진이 엔지니어 중심 체계를 버리고 주가 중심 구조로 전환한 점이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적됐다. 당시 최고경영자(CEO) 해리 스톤사이퍼가 “보잉은 더 이상 위대한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2001년 본사를 워싱턴주에서 시카고로 옮긴 결정은 “현장 엔지니어들과의 단절을 상징했다”고 허만 측은 강조했다.
소장에는 미국 연방항공규정(14 C.F.R. §33.76)을 근거로 보잉의 설계 결함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해당 규정은 “엔진은 1파운드(0.45㎏)의 조류 4마리를 흡입해도 추력이 7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단 한 번의 조류 충돌 이후 시스템 전체가 붕괴됐다.
전기 발전기는 교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고, 배터리 백업 전원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비행기 데이터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트랜스폰더가 모두 멈췄고, 착륙 감속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전남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착륙 시도 중 가창오리와 충돌한 뒤 활주로 방위각시설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유족들은 “보잉의 낡은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착륙은 충분히 가능했다”며 “이제 미국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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