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해운 환경 대비… 기술 중심 전환 가속
7년 만의 대형 발주… 친환경 선대 전략 강화
시장 안정기 포착… '적기 투자'로 불확실 완화

사진=HMM
사진=HMM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HMM이 7년 만에 대규모 선박 발주에 나섰다. 총 3조4500억원 규모의 투자로 선복량 확충과 함께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다. 글로벌 해운 시황이 안정세를 되찾고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시기·선종·규모’ 세 요소를 정교하게 맞춘 발주로 평가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 16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1만30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한다고 공시했다. HD현대중공업이 8척, 한화오션이 4척을 맡으며 총 발주 금액은 3조500억원이다. 또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HD현대중공업에 추가 발주해 약 4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계약으로 HMM의 전체 발주 금액은 3조45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친환경 선대 전환 가속화’다. HMM이 발주한 12척의 컨테이너선은 모두 LNG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운업계는 기존 중유 선박에서 LNG·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HMM은 지난해 메탄올 추진선 9척을 계약한 데 이어 이번 LNG 추진선 발주로 ‘이중 연료 체계(Dual-fuel Fleet)’ 기반을 완성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운항 효율 극대화를 겨냥했다. 1만3000TEU급은 초대형 선박(2만TEU 이상)에 비해 연료 소비가 적고 회전율이 높아 중·단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갖춘 ‘균형형 선종’으로 꼽힌다.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중형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HMM의 결정을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LNG 추진 1만3000TEU급은 HMM이 초대형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겸비한 중대형 선종으로 전략을 다변화한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는 조선업계에도 긍정적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 추진 대형선 건조 경험이 풍부해 HMM의 발주는 곧 고부가가치 일감 확보로 이어진다. 

HMM은 국가 해운·조선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수요자로서 역할을 재확인했다. 국내 대형선은 한국 조선소에, 중형선은 중국 조선소에 맡겨 비용 효율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투자’로 분석된다.

HMM의 이번 발주는 단기 실적보다 장기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친환경 연료 적용과 최적 선종 선정, 시기 조율을 동시에 추진한 점에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뚜렷하다. 이번 3조원 규모 투자로 HMM은 ‘친환경·고효율 선대 전환’이라는 업계의 중장기 방향성을 선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HMM 관계자는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해운 환경에서 이번 대규모 투자로 선복량 확대와 친환경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30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