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FI 1200선 붕괴… 최대 낙폭
HMM 3분기 이익 80% 감소 전망
벌크선·항만 투자로 체질 개선 모색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컨테이너 해상운임 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최대 원양 선사인 HMM에 빨간불이 켜졌다. 운임 불황이 닥쳤던 재작년보다는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낙폭과 속도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공급 과잉, 해운 시황 '더 어두워'

26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98.21로 전주보다 14.3% 하락했다. 2015년 11월 이후 9년10개월 만의 최대 주간 낙폭이다. SCFI가 1200선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미주 노선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락세는 미주 노선에서 두드러졌다. 서안과 동안 노선이 각각 30% 안팎 하락하며 전체 지수 낙폭을 키웠다. 이번 SCFI 하락률은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황을 보여주는 중국 컨테이너운임지수(CCFI) 역시 같은 기간 1120.23으로 5.07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하락세가 올해 내내 이어지는 점이다. 올 2분기 평균 SCFI는 1645.4로 전년 동기 대비 37.4% 떨어졌고 1분기와 비교해도 6.6% 낮아졌다. CCFI도 같은 기간 19.2% 하락했다.

컨테이너 운임이 고공 행진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물동량이 줄어든 데다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운임 하락은 불가피해졌다. 다음 달부터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악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시황 악화는 HMM의 실적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HMM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6.5% 줄어든 2조6119억원, 순이익은 74.9% 감소한 4361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은 HMM이 업황 악화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미국으로 직항하는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컨테이너 편중 벗고 수익 다변화 시도

HMM은 컨테이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벌크선과 항만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늘리고 있다. 석탄·철광석·곡물 등 원자재 수송을 확대해 업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고, 항만 터미널을 고정 수익원으로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 중이다.

선박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벌크선을 약 11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40척 안팎에 불과한 선대를 세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브라질 발레(Vale)와 약 6300억원 규모의 10년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화물 확보에 나섰다.

항만 투자도 강화한다. HMM은 현재 전 세계 8개 터미널에 지분을 보유하거나 직접 운영 중이며, 대표적으로 스페인 알헤시라스의 TTIA 터미널을 확장해 처리 능력을 연간 210만TEU까지 늘릴 예정이다. 운영 기간도 기존 2043년에서 2065년으로 20년 넘게 연장해 장기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신흥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올 초에는 인도 자와할랄네루항만청과 손잡고 바드반 항만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도 정부가 2040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해 육성하는 전략 항만 프로젝트로 HMM은 참여를 통해 인도 내 입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브라질에서도 산투스항 신규 터미널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제한적 경쟁 구도로 HMM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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