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선 전략 한계, 불황속 위기 부각
신흥시장 공략 확대, 새로운 활로 모색
중소형선 중심 체질 개선, 경쟁력 강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 원양 해운은 HMM이라는 한 줄기 버팀목에 의지해 위기를 견뎌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최근 운임 불황과 민영화·인수 논의가 겹치며 또 한 번 파고와 마주했다. HMM의 과거 위기와 현재 불황과 체질 개선과 신흥시장 개척, 인수전과 미래 전략을 통해 HMM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HMM)
사진=HMM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운임 불황이 길어지면서 HMM의 초대형선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 2만4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으로 존재감을 키웠지만 공급 과잉과 운임 하락 속에서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형선 리스크 넘어 체질 개선 가속화

HMM은 운임 불황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대형선 중심 전략을 내려놓고 신흥시장 개척과 중소형선 확대에 나섰다.

해운업계는 지난 몇 년간 ‘대형화’ 경쟁에 몰두해왔다. 코로나19 이후 운임 급등기에 글로벌 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앞다퉈 발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동량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지금은 오히려 대형선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초대형선은 운영 효율성이 높지만 수요가 줄면 선복 과잉으로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흔들릴 경우 대형선 운용 리스크는 더 커진다.

HMM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트라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비교적 경쟁이 덜한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 모색에 나섰다. 아시아 역내 단거리 항로는 전자상거래 성장과 제조업 이동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를 잇는 노선에서 HMM은 점차 선복을 확대하고 지역 화주와의 직계약을 늘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는 대형 글로벌 선사들의 직접 경쟁이 다소 제한적인 곳으로 꼽힌다. HMM은 두바이·제다·다카르 등을 연결하는 노선망을 확충하고 ‘틈새시장 선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신흥시장은 단기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 다변화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중소형선 확대와 현지 인프라 연계 전략

선박 전략도 달라졌다. HMM은 최근 1900 TEU급 및 3000 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약 10여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대형선 대신 지역 단위 화주와 계약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중소형선은 노선 운용 유연성이 크고 대형선 대비 운임 변동에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리스크 분산 전략’으로 내다봤다. 초대형선 위주로는 미주·유럽 노선 충격을 막기 어렵지만 중소형선은 다양한 노선에 분산 배치할 수 있어 충격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HMM이 '컨테이너 편중 탈피'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흥시장 공략은 선박 투입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항만·물류 인프라와의 연계 투자가 동시에 필요하다. HMM은 최근 인도 자와할랄네루항만청과 바드반 항만 개발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브라질 산투스항 신규 터미널 사업에도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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