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2차전지 부진에 신성장동력 타진
산업은행 지분 확보해 최대주주 검토
산은 지분가치 7조...자금여력은 충분
매각 절차 재개 땐 ‘인수전 흥행’ 전망

포스코그룹 역삼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 역삼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철강과 2차전지소재 사업이 동반 부진을 겪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해운업 진출을 타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형 로펌 등으로 자문단을 꾸려 HMM의 사업성과 전략적 시너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기존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인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검토는 단순한 내부 스터디를 넘어 외부 전문기관을 참여시킨 단계로 포스코그룹이 그간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혀온 기존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HMM의 현재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다. 다만 회사가 진행 중인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두 기관의 지분율은 30% 초반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산은 보유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의 시가총액은 약 23~24조원 규모로 산은 지분 가치만 7조원에 달한다.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7조원, 유동성 자산은 40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HMM
사진=HMM

포스코는 철강을 주축으로 2차전지소재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삼았지만 최근 두 사업 모두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감소로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그룹은 지난해부터 저수익 자산 매각과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미래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그룹 전체가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에 연간 약 3조원의 물류비를 지출하고 있어 HMM 인수가 성사되면 물류 안정성 확보와 비용 효율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안팎에선 포스코가 HMM을 품으면 철강·소재와 해운을 아우르는 초대형 민간 국적선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MM 매각은 지난해 하림그룹과의 협상이 무산된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신임 회장 취임 이후 HMM 매각 재개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계약법상 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매각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HD현대, 한진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도 HMM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가 움직이면서 앞으로 매각전은 ‘흥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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