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약속 지켰다" 언급에도 여야 모두 비판 화살
민주당 '내란 수괴 미화' 맹공, 중도층 이탈 우려 커져
정치적 타이밍 논란, 일각선 강성층 결집 시도 해석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행보가 정치권의 격랑을 불러왔다.

장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공개된 이후 당 내부는 찬반으로 갈라졌고 여야 공방은 연일 확전 양상이다.

장 대표는 “정치인의 생명은 신의”라며 전당대회 당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비판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예의 방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감사 2주차에 접어든 시점, 정부·여당이 김현지 제1부속실장 논란과 부동산 대책 여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 속 윤 전 대통령을 찾은 것은 ‘강성 지지층 재결집’의 신호로 읽히면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극우 성향의 김민수 최고위원과 윤 전 대통령 면회에 동행했다는 점도 단순한 약속 이행을 넘어선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면회는 국민의힘이 다시 극단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민심이 아닌 당심에 매달리는 전략은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장 대표는 선거 당시 면회를 약속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지도부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비판 일색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 차단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개인적 약속의 차원에서 조용히 다녀온 것”이라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대표 본인의 경우 “이 대통령은 말을 뒤집는 정치인일 수 있어도 나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고 싶다”며 “비판도 당을 위한 마음으로 이해하겠다”고 언급했다.

야당은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 내란 수괴를 영웅으로 찬양하다니 제정신인가”라며 “윤석열 맹종 정치의 종착지가 보인다”고 직격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공당 대표가 헌법 파괴 세력을 비호하는 것은 제2의 내란 선동”이라며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범야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혁 개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정부 견제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행보”라며 “탄핵을 당한 전직 대통령에 기대는 건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의 행보에 대해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한다. 추석 연휴 기간 ‘건국전쟁2’ 관람으로 강성층을 달랜 데 이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통해 보수 핵심 결속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중도층의 이탈을 자초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당내 관계자는 “강성층에겐 ‘믿음의 정치’로 비칠 수 있으나, 중도 유권자에겐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장 대표의 정치 계산이 어느 쪽으로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면회를 통해 비판이 폭주하더라도 미리 논란을 터뜨림으로써 이후 보수 결집 과정에서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 대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면회에 대한 언급을 삼간 채 다른 현안을 다뤘고 동행한 김민수 최고위원 역시 공개석상에서 면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의 파장은 여전히 확산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번 행보는 득보다 실이 컸다”며 “강성 지지층 결속에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중도층의 이탈과 내부 피로감만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도 저도 아닌 행보로는 지지율 정체를 깨지 못하고 결국 지도부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확고한 결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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