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사망보장 유지하며 생전 수령 가능
만 55세 이상·납입 10년 이상 등 요건 충족 시 신청

사망 후에만 지급되던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사진=픽사베이
사망 후에만 지급되던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앞으로 사망 후에만 지급되던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금융위원회와 생명보험업계는 이 제도가 고령층의 노후자금 확보를 돕는 동시에 보험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이번 제도는 기존 종신보험의 사망보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가입자가 만 55세 이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생전에 연금 형태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 유족에게만 지급됐지만 이번 제도 시행으로 생전에 일정 비율을 미리 받아 생활비나 의료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차 참여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다. 이들 보험사는 지난 23~24일 대상 고객에게 문자와 카카오톡을 통해 개별 안내를 마쳤으며 30일부터 전국 영업점과 고객센터에서 대면 신청을 받고 있다. 1차 대상 계약은 약 41만4000건,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 규모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은 기본적으로 대면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현재는 보험사 영업점이나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앞으로는 비대면 신청 채널도 마련될 예정이다. 신청 자격은 ▲가입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할 것 ▲만 55세 이상 ▲보험료 납입 10년 이상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을 것 등이다.

지난달 3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를 방문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에 대한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동인 기자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수령 기간은 최소 2년부터 최대 30년까지 선택할 수 있다. 예컨데 사망보험금 1억원을 보유한 가입자가 55세에 유동화 비율 90%를 선택해 30년 동안 나눠 받으면 매년 약 168만원을 연금처럼 수령하게 된다. 유동화 이후에도 남은 10%의 보험금은 피보험자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된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에 따라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적 안내를 강화했다. 신청 과정에서 유동화 비율과 기간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 변동을 시뮬레이션한 비교표를 제공하고 계약자가 충분히 이해한 뒤 신청하도록 절차를 표준화했다. 또한 유동화 후에도 중단이나 조기종료 신청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확보했다.

다만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일부 선지급’ 개념으로 미리 받은 만큼 사망 시 지급되는 보험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따라서 본인 또는 유족의 재정 상황, 노후자금 계획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 번 유동화가 진행된 계약은 다시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이번 제도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후소득 공백을 완화하는 정책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종신보험이 사후 보장 중심으로만 운용돼 ‘유동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이번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자산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상품을 단순한 사후보장에서 생애 전반의 재무설계 도구로 확장시키는 첫 걸음”이라며 “소비자에게 유연한 선택권을 제공하면서도,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가 병행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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