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카카오톡 대화기록 토대로 협박”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 해킹 및 협박 이메일 사건의 배후를 찾기 위해 미국 법원에 직접 나섰다. 지난 7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쯔양이 신청한 해외 소송용 증거개시(28 U.S.C. §1782·디스커버리)를 허가하며 구글로부터 두 명의 익명 사용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명령하면서다. 하지만 관련자가 항소와 소환장 취소 시도가 이어지며 사건이 확전됐다.
◆ “1비트코인 내놔라”…익명 이메일로 시작된 협박

미 법원에 제출된 쯔양의 진술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7월 11일, 한 통의 이메일에서 시작됐다. 이메일을 발송한 측은 “쯔양의 카카오톡 대화기록을 확보했다”며 비트코인 1개(당시 시세 약 5만9천달러)를 송금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했다.
이틀 뒤 같은 주소로부터 “카카오톡 계정을 해킹했다”는 추가 이메일이 도착했고, 실제로 쯔양의 개인 대화 로그가 포함돼 있었다. 쯔양은 돈을 보내지 않았지만, 해당 계정에는 과거 교제 중 당한 폭력·성폭행 피해, 개인 재정, 사적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쯔양은 법원 진술에서 “공개되면 회복 불가능한 성적 수치와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며칠 뒤 또 다른 익명인이 등장해 “쯔양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며 쯔양에게 유튜브 채널 ‘범죄연구소’의 유료 멤버십(월 30만~60만원)에 가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응하지 않으면 쯔양과 전 남자친구의 관계 및 사망 사건에 관한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이다. 실제 이 채널은 ‘쯔양 전 남자친구의 죽음의 진실’, ‘쯔양의 세금포탈 범죄’ 등 자극적 제목의 영상을 다수 게시했다.
쯔양은 “영상들은 사실이 아닌 왜곡과 허위조작이며, 시청률과 멤버십 수익을 노린 상업적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채널 운영자가 ‘중국 세력이 쯔양을 뒤에서 조종한다’는 등 허위 음모론을 퍼뜨려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쯔양은 올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각각 명예훼손·공갈·업무방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피고들의 실명을 특정하지 못해 송달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지메일·유튜브는 모두 구글이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PII)는 한국 법원이 접근할 수 없었다. 쯔양은 “구글 본사가 위치한 미국 법원의 협조가 없으면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며 증거개시 절차를 밟았다.
◆ 미 법원, 증거개시 허가…하지만 피고의 법적 반격

올해 7월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케이시 피츠(P. Casey Pitts) 판사는 쯔양의 이 같은 신청을 인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구글은 본 법원 관할 내 거주, 증거는 한국 재판에서 사용될 예정, 신청인은 당사자로서 ‘이해관계인’ 요건 충족”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구글은 한국 소송의 비참가자이며 ▲한국 법원은 미국의 사법공조를 수용해 왔고 ▲요청 범위가 협소하며 ▲통신 내용은 제외돼 ‘과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써 구글은 쯔양이 제출한 소환장에 따라 관련 정보 제공 의무를 지게 됐다. 다만 법원은 이용자에게 통지 후 21일 내 ‘취소(Motion to Quash)’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했다.
지난 7월 23일, 구글 이용자 안 모씨가 직접 소환장 취소 및 수정 요청을 제출했다. 해당 구글 계정 사용자라고 밝힌 그는 “복구용 전화·이메일·IP 공개는 과도한 침해이며,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물리적 위치를 확인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비트코인을 요구한 메일은 내가 아닌 제3자가 보낸 것”이라며 “내 발언은 비상업적·비위협적 표현으로, 헌법상 익명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항변했다.

안씨는 법원에 ‘하이필즈(Highfields)’ 2단계 테스트(익명 표현자 신원 공개 기준)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신청인이 불법행위의 개연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공개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는 논리다. 그는 “복구 연락처는 완전 비공개, 로그인 IP는 1회분 타임스탬프만 제공”이라는 보호명령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7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안씨의 소환장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연방민사소송규칙 상 특권 또는 보호대상 소명이 없고, 부당한 부담 입증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안씨가 제출한 모든 서류에 대한민국 주소가 기재돼 있는 점을 토대로, 미국 영토 밖 외국인의 미헌법 권리 부재를 명시 인용했다. 안씨가 주장한 제1수정헌법(익명 표현) 근거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같은 날 안씨는 패소하자 제9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이틀 뒤인 8일, 그는 쯔양이 한국에서 낸 소송이 각하된 사실을 사법적 고지 요청으로 청구했다. 이에 지난달 15일 항소법원은 “항소 중에는 구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며 임시 행정정지(temporary stay)를 허가했다. 즉 현재 구글은 모든 계정 정보를 ‘보존’ 상태로 유지하되, 항소가 끝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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