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손상, 약관상 보장 대상 아니다…원고 측 마모·시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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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화재[서울와이어 DB]
현대해상화재[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현대해상화재보험 미국 지사(이하 현대해상)가 현지에서 진행 중인 보험금 분쟁에서 원고를 상대로 확인 판결 반소를 제기했다. 원고 측의 손해가 보험 약관상 보장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지붕 교체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데이비드 에스코바르(David Escobar)와 린다 에스코바르(Linda Escobar) 부부가 제기한 주택 지붕 손상 보험금 소송과 관련해 자사의 지급 책임이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현대해상은 “원고 에스코바르 부부의 주택 지붕 손상은 약관상 보장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손실은 마모·손상·노후화 또는 부적절한 시공·유지보수 등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3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와이에 강한 폭풍과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원고 부부의 주택 지붕이 손상됐다. 원고 측은 자신들이 체결한 주택 재산 보험의 피보험자로서 현대해상에 피해 사실을 통보하고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해당 손상이 약관상 보장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소장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손상 부위가 폭풍이나 바람으로 인한 직접적인 물리적 손실이 아니라 마모·손상·노후화, 부적절한 시공·유지보수 등 보장되지 않은 다른 원인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해당 손실은 약관상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원고 측은 지난 7월 22일 하와이주 제2순회법원에 현대해상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현대해상은 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거부함으로써 명백하게 계약을 위반했다”며 “이러한 부당한 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까지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 위반 ▲묵시적 신의성실 및 공정거래 의무 위반 ▲고의적 정신적 고통 유발 등 세 가지 청구 원인을 주장했다. 이에 현대해상은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 연방지방법원에 이관 통지서를 제출했다.

현대해상이 미국 하와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반소장 1면. 사진=미국 하와이주(州 연방지방법원

현대해상은 통지서에서 “자사는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외국 법인이고 원고 측은 하와이의 시민”이라며 “양측의 시민권이 다르기 때문에 연방법원의 ‘국적 다양성 관할권’ 요건을 충족한다. 또한 소송 가액이 법원이 정한 최소 기준인 7만5000달러(약 1억원)를 초과하기 때문에 사건을 연방법원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이관 이후 현대해상은 원고 측의 청구에 대해 총 36가지의 항변이 담긴 소장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원고가 피해로 인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청구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원고의 청구 자체가 법적 근거를 결여한 것”이라며 “또한 손실이 보험 계약의 정해진 보장 기간 외에 발생했기 때문에 해당 손실은 약관상 면책 조항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의 손상은 보험이 보장하는 ‘직접적 물리적 손실’이 아닌 주택의 마모·노후화와 잘못된 시공·유지보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해를 경감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과실 및 손해 경감 실패 ▲보험 계약상의 통지·협력 의무 불이행 ▲사기 방지법 및 공소시효 적용 ▲결함 있는 시공·유지보수에 따른 손실 ▲경제적 손실 원칙에 따른 회복 불가 등 다양한 법리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부인했다.

이와 동시에 현대해상은 에스코바르 부부를 피고로 지정하고 자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해 달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현대해상은 반소장에서 “원고 측은 보험증권이 발효되기 직전인 2024년 1월 23일경 해당 주택을 매수했다”며 “이 시점이 보험 효력 개시일(2024년 1월 23일)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손해 발생 시점이 보험기간 내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해 원인과 시점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부동산 매매 관련 서류, 이전 소유자의 고지 문서, 실사 보고서, 사진, 텐트 설치 기록 등을 요청했지만 원고 측으로부터 어떠한 문서도 제출받지 못했다”며 “약관상 규정된 ‘손실 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붕 전체 수리·교체 비용 지급 의무 부존재 ▲보험 효력 기간 외 손실에 대한 면책 ▲피보험자의 약관상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보장 배제 등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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