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엄브렐러 창시자 최 모씨, 저작권 되찾기 위해 법적 분쟁 시작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최 모씨가 수상한 디자인을 도용한 건물들. 사진=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최 모씨가 수상한 디자인을 도용한 건물들. 사진=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미국 뉴욕시 전역을 장식한 독창적인 백색 아치형 가림막 구조물 ‘어반 엄브렐러(도시 우산)’를 디자인한 한인 건축가가 10여년 만에 저작권을 되찾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았다. 저작권 침해와 명예 훼손, 그리고 수년간의 침묵 속 착취가 자리하면서다.

13일(현지시간) 뉴욕주(州)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최 모씨는 어반 인텔리전스(Urban Intelligence Inc.)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부정 경쟁행위, 상표권 무단 등록 및 사기로 인한 상표권 취소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디자인한 어반 엄브렐러가 수년간 어반 인텔리전시의 대표 제품으로 무단 상업화돼 왔으며, 본인의 동의나 보상 없이 기업 수익의 원천이 되어왔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최씨의 이야기 시작은 200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건축대학원 유학 초기로 거슬로 올라간다. 최씨는 뉴욕시 건물국과 미국건축가협회 뉴욕지부가 공동 주관한 국제 디자인 공모전 어반 셰드(urbanSHED)에 어반 엄브렐러라는 명칭의 독창적인 도시 가림막 구조물을 제안했다. 뉴욕의 어두침침하고 폐쇄적인 전통 비계 구조물과 달리, 백색 구조와 투명 지붕, 곡선형 지지대를 특징으로 하는 세련된 외관을 지녔다.

전 세계 260개 팀이 참여한 이 공모전에서 최씨는 유일한 학생이자 최종 우승자로 선정돼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로부터 “세상을 바꿀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실제 프로토타입도 맨해튼에 설치되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뉴욕시의 새로운 공공디자인 상징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최씨는 졸업 후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해 건축 실무에 집중하며 점차 어반 엄브렐러와 거리를 두게 됐다. 그는 당시 협력했던 구조 설계사에게 “추후 사업화 계획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2023년 뉴욕 방문에서, 그는 자신의 디자인이 뉴욕 곳곳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목격한다.

현지시간 13일 한국인 최 모씨가 어반 인텔리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현지시간 13일 한국인 최 모씨가 어반 인텔리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디자인은 이미 어반 인텔리전스라는 기업의 상징 상품이 돼 있었고, 애플, 루이비통, 스타벅스, 레고 등 다국적 브랜드 매장에 어반 엄브렐러 구조물이 사용됐다. 어반 인텔리전스는 웹사이트와 판촉자료에서 이 구조물이 ‘2009년 공모전 우승작’이라고 자랑하지만, 그 공모전의 우승자는 정작 이 기업이 아닌 최씨 본인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어반 인텔리전스는 해당 디자인의 상표권을 올해 미 특허청에 등록했으며, 이 과정에서 “디자인과 명칭에 대한 배타적 권리 보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반 인텔리전스는 공모전이 열렸던 2009년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회사다. 또한 회사 측은 웹사이트에서 디자인의 색상, 구조, 명칭 등 어반 엄브렐러의 고유한 외관 요소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경쟁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최씨는 어반 인텔리전스가 본인의 명칭과 저작물을 사전 동의 없이 사용하고, 심지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업 자산으로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명백한 저작권 침해 및 출처 오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소장에서 “공모전 상금 1만 달러를 거의 모두 디자인 프로토타입 제작에 썼고, 이후의 모든 과정은 내 작업의 연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디자인이 뉴욕이라는 도시의 얼굴을 바꿨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수년간 한 마디의 통보 없이 이용되어온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최씨는 디자인 저작권 보호 뿐만 아니라, 어반 인텔리전스가 등록한 어반 엄브렐러 상표의 취소와 그간 발생한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특히 상표 등록 과정에서 어반 인텔리전스가 허위 진술을 통해 특허청을 기망했다며, 상표권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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